공광규 시인의 시 한 편 더 > 정겨운속삭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겨운속삭임

|
18-06-19 20:29

공광규 시인의 시 한 편 더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겨울 고욤


경주 장항사지 가시덤불 벼랑에 선
고욤나무 야윈 손가락에
어머니의 젖꼭지가 말라붙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어렵게 지내며
이슬 맞고 서리 맞고 얼었다 녹으면서
쪼그라든 젖꼭지가 달다

돌탑에 반쯤 몸을 숨긴 인왕상은
한가할 때마다 젖꼭지를 빨고 가서
천년을 늙지 않고 건장하다

**
시인이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고 있나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라서 옮겨봅니다.
흔히 <낯설게 하기>라는 작법도 그렇지만,
고욤나무 열매를 어머니 젖꼭지에 대입한 것이나
"이슬 맞고 서리 맞고 얼었다 녹으면서/ 쪼그라든 젖꼭지가 달다"라고 하는 시인의 삶에 대한 경륜,
인왕상이(*인왕산의 오타인지, 실제로 인왕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돌탑에 반쯤 몸을 숨긴" 것이라고 능동적으로 파악한 것,
"한가할 때마다 젖꼭지를" 빤다는 의인화된 표현,
그래서 그 인왕상이 "천년을 늙지 않고 건장하다"라고 어처구니 없는 해석을 하는 시인의 눈이,
참으로 시적인 관점이란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알게 합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자면, ㅎㅎ
경주 모처를 지나다가, 말라 비틀어진 고욤나무와(고욤나무 열매와) 그 뒤로 인왕상(산)이 떡하니 펼쳐져 있는 것을 봤다...... 정도가 되겠지요.
그런데 시인의 상상력은 고욤나무의 가지를 "야윈 손가락"으로 보기도 하고, 쪼그라든 열매에서 늙은 어머니 젖꼭지를 연상하면서, 그것이 "달다"라는 가치평가를 하는 겁니다. 오랜 풍상에 시달려 오히려 단 맛을 내게 되는 삶의 이치를 시인은 말하고자 하는 것이겠죠.
인왕상이 그 젖꼭지를 빤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는 웃기는 얘기지만, 천년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비결을 시인이 그렇게 해석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가 천진하기도 하고 뚝심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아하, 그래!"라는 동조와 공감, 새로운 발견, 인식의 지평을 넓혀보는 즐거움.
우리가 시를 읽고 또 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992 내일은 제969회 물빛시토론회 날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6-24 23
6991 제968회 물빛시토론모임 공지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6-10 36
6990 내일은 967회 물빛토론모임 날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5-27 49
6989 966회 물빛시모임 후기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5-15 118
6988 믈빛 965회 토론후기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5-08 76
6987 오늘은 965회 물빛 시토론회 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4-23 133
6986 제964회 물빛 토론회 후기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4-09 88
6985 믈빛 963회 시토론 모임 후기 2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3-27 122
6984 오늘은 제963회 물빛시모임 날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3-26 87
6983 제962회 물빛 시토론 후기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3-15 114
6982 오늘은 962회 물빛시토론 날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3-12 95
6981 내일은 962회 물빛토론모임일 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3-11 138
6980 물빛모임 961회 후기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3-03 130
6979 오늘은 961회 물빛 토론회 날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2-27 78
6978 제960회 물빛 시 토론회 후기 1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1-31 121
6977 오늘은 960회 물빛시모임 날입니다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1-23 126
6976 물빛 960회 토론회는 오프란인에서 갖습니다 / 모임예고 2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1-13 159
6975 물빛 959회 토론회 후기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4-01-13 157
6974 제 958회 물빛 시토론 후기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2-26 276
6973 오늘은 958회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2-26 91
6972 내일은 958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2-26 99
6971 제 957회 물빛 시토론 후기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2-12 120
6970 오늘은 957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2-12 82
6969 내일은 957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2-11 122
6968 제 956회 시토론 후기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28 128
6967 오늘은 956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28 171
6966 내일은 956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27 156
6965 제 955회 시토론 후기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14 135
6964 오늘은 955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14 133
6963 내일은 955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13 110
6962 이정수 박사님의 물빛 40주년 기념회 사진 (23.10.10)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12 283
6961 제 954회 물빛 시토론 후기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24 295
6960 오늘은 954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24 276
6959 내일은 954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23 277
6958 물빛 40주년 기념회 사진 (23.10.10.화)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19 562
6957 물빛 40주년 신문기사 안내 - 시니어 每日 (2023.10.13자)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14 366
6956 물빛 40주년 기념회 후기 2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11 493
6955 오늘은 물빛 40주년 기념회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10 398
6954 내일은 물빛 40주년 기념회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10 266
6953 배추론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0-05 501
6952 제 953회 시토론 후기 인기글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26 1054
6951 오늘은 953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26 970
6950 내일은 953회 물빛 시토론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25 283
6949 제 952회 물빛 시토론 후기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12 228
6948 오늘은 952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12 387
6947 내일은 952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12 167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