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마단이 왔을 때
말은 뒷마당 말뚝에 고삐가 묶여 있었다.
곡마단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갈 때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쫓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묶여 있었다.
날이 저물고, 외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질 때까지
말은 그냥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곡마단 곡예사가 와서 고삐를 풀면
곡예사에 끌려 무대에 올라갔는데
말 잔등에 거꾸로 선 곡예사를 태우고
좁은 무대를 도는 것이 말의 일이었다.
크고 넓은 등허리 위에서 뛰어오르거나
무대로 뛰어내렸다가 휘익 몸을 날려
말 잔등에 올라타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는데
곡예사는 채찍으로 말을 내리쳐
박수소리에 화답해 보였다.
곡예사가 떠나고 다른 곡예사가 와도
채찍을 들어 말을 내리쳤다.
말은 매를 맞으며 곡마단을 따라다녔다.
곡마단 사람들이 더러 떠나고
새 사람이 와도
말은 뒷마당에 묶여 있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꼬리를 휘둘러 날것들을 쫓거나
조금씩 발을 옮겨놓기도 하면서
평생을 거기 그렇게 묶여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