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에 깃들어 / 황인숙
이방인들을 보면
왠지 슬프다
한 아낙이 오뎅꼬치를 문 금발 어린애들을 앞세워 지나가고
키 작은 서양 할아버지가 지나가고
회색 양복 서남아 청년이 지나간다
먼먼 땅에 와서 산다는 것
노인과 어린애
어느 쪽이 더 슬플까
슬픈 건 내 마음
고양이를 봐도 슬프고 비둘기를 봐도 슬프다
기계들도 슬프고 학교도 슬프다
나는 슬픈 마음을 짓뭉개려 걸음을 빨리한다
쿵쿵 걷는다
가로수와 담벼락 그늘 아래로만 걷다가
그늘이 끊어지면
내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림자도 슬프다
*
어제는 비 내리고 바람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습기가 많은 날은 몸도 마음도 젖어 어디로든 늘이면 죽 죽 늘어나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에 내려 닿는 비를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내 눈에 녹두 같은 비’ 라 했던 싯구절을 떠올리며 바라 보았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지금 내리는 비는 푸른 비 만물을 일으키고 키우는 비임에 틀림 없습니다
물빛님들!
오늘 저녁 7시 인더가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