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 /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 이거
우주 奇蹟 아녀
*
붉은 줄장미가 한창입니다
오월의 한가운데라고 담장을 넘어와 외치고 있습니다
다가가 코끝을 대 보면 잊었던 오월의 냄새가 확 살아납니다
이대로 좋은가?
장미 앞에서 바람도 고양이도 불안스레 서성입니다
짧은 아름다움이 긴 탄식을 부릅니다
장미는 활짝 피어 빛나는 오월인데
떨어진 꽃잎을 받고 있는 바닥 같은 마음 하나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