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스타루비라는 보석이 전염병처럼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합성보석이라고 알고 있는데
은근한 분홍 바탕 위에 여섯 줄기 빛이 뽀얗게 뿜어져 나오는
신비롭게 느껴지는 보석이었다
그 중에 세 개의 가로 선들은
믿음, 소망, 순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적당한 위치에서 빛을 비추어야지
너무 가까이에서 빛을 비추게 되면 내부의 흠까지 보인다고도 했다
그래서 대낮 보다는 밤에 더 아름답게 눈빛을 짚어오는
ㅡ숨어서 하는 사랑,ㅡ 같은 보석이 아니었을까
지독한 염세주의에 걸려 있었던 것일까
그 해
권태스런 태양은 연둣빛 내 젊음을 노랗게 덧칠했다
나는 매연과 먼지가 풀풀나는 아스팔트 길을
짐승처럼 상처를 질겅질겅 씹고 돌아다녔다
그칠 줄 모르고 눈물이 줄줄 새나오는 지겨운 육신을
거친 바다로 향해 던지고 싶었다
그런 기분들은 언제나 가상의 진실 같은 소설 속으로
내 머리를 무작정 밀어 넣었다
그 때 읽은 정연희의 단편 {세 개의 스타루비}는 압권이었다
지금은 정확히 스토리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큰 원줄기만은 대충 이런 것으로 짐작된다
삼 십년도 더 지난 내 뇌리 속에 아직도
너무나 강력히 박혀 있기에 기억 나는대로 옮겨 본다
"받음새에 있어 정절과도 같은.............." 시작된 소설은
그때 너무나 유행했던 보석 스타루비를 소재로 하고 있었다
화자는 삼 십대 후반의 이혼녀 였는데 그녀에겐 유부남인 대학교수 애인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시절 최신 유행이었던
아름다운 행운의 보석 스타루비를 갖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해외 출장이 잦은 애인에게 넌즛이 스타루비를 갖고 싶다는
심중을 비추었다
어느 날 애인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그녀 집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되었다
애인의 가방 속에는 그녀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스타루비가 있었다
그녀는 그 스타루비가 자신의 선물이 아닐까 마음 설레었다
애인은 모른 척 가방 속 스타루비를 그녀에게 주지 않고 돌아갔다
며칠 후
여섯 갈래 분홍빛이 뽀얗게 뿜어져 나오는 그 스타루비는
애인의 가슴에 넥타이 핀이 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두번째 스타루비는 그녀가 우연히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보석 코너에서 분홍 눈물처럼 빛나고 있는 스타루비를 발견하고
스스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샀다
세번째 스타루비는 그녀를 몹시도 따르던 청년이 있었다
수 십번 그녀의 문전을 글썽이다 돌아가곤 했던 그 청년이
가을 비가 안방까지 적시던 밤,
무릎을 굵고 눈물로 사랑을 고백하면서 손에 꼭 쥐어주던 것,
스타루비 였다
첫 번재 스타루비의 상징은 갈구만 하다가 끝내 가질 수 없었던
좌초된 사랑 같은 것이 아닐까
두 번째는 너무 가까이 비췄기에 얻은 흠집 같은 상처에
스스로 자신을 위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이라면
세 번째는 이미 때 늦어버린 사랑을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런지?!
내 기억으론 그 시절 상황으로 봐서
정연희의 자전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 함축되어 있지 않았을까 막연히 추측 할 뿐,
이화여대 국문과 출신이고 아름다운 미모와
그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었고 쓰는 소설마다 각광을 받았지만
이혼과 쓰라린 사랑에 실패를 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정연희의 소설은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목마른 나물들. 비를 기다리는 달팽이, 파계, 꽃을 먹는 소,등등
이미 스타루비는 퇴색해 버렸지만 가슴이 서늘해지는
사랑의 여러가지 빛깔이 잘 배합된
향기 높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