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난 감자
박연준
1
감자를 꺼내다 떨어뜨렸다
무서워서 온몸이 떨렸다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났으면
몸 곳곳에서 뿔이 뻗어나왔을까?
2
나는 무당처럼 몸을 떨며 발작을 했고
아버지가 나를 향해 엎드려 절했다
아버지의 이마에서 뿔이 돋아나고 있었다
아버지 뿔을 저리 치워요! 저리 가서 혼자 죽어요!
여름 내내 해는 독을 뿜어댔고
내 안의 암세포가 진하게 화장을 하자
치마를 벗은 뮤즈들이 꾸역꾸역 질 속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자주 눈을 뒤집어까고 주먹으로 방바닥을 두드렸다
방바닥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화려하게 발기한 소주병들이 집 안 어디에서나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소주병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덩달아 흘레붙은 아버지를 등지고
엄마는 어둠속에서 눈을 뱉어내고 있었다
엄마의 눈은 뱉어내도, 뱉어내도, 다시 생겼다
나는 물컹한 눈알들을 보이는 대로 밟았다
아침이 오면 순하게 구겨진 어린 남동생은
가방을 메고 등교했다
우리는 모두 흙속에 있었고, 밖에서는 간혹 꽃이 핀다고도 했다
* 일주일 일주일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벌써 내일이면 2월 입니다. 한동안 날씨가 많이 포근하다 했는데 이제 제법 겨울 날씨답게 춥습니다.
위에 시를 쓴 시인은 1980년 생이더군요.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예전에 쓴 감자에 관련된 시가 생각나면서 얼굴이 붉어지더군요. ^^ 저보다도 6년이나 어린데 그렇다면 아직도 이십대~~~ ^^*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