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958회 물빛 시토론 날입니다
성 탄 제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 속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 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물빛님들!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절 아침입니다
일상을 벗고 신의 품속에
종일 안겨 있고 싶은 날입니다
환한 아침 햇살이 이미 축복입니다
아름다운 날 시를 생각하고 쓰는 것은
더 많은 축복입니다
내일 오후 3시까지 '토론해 봅시다' 방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시 한 편씩 올려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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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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