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어보면 안다. 말로는 할 수 없는 그것, 꼼짝없이 견디던 겨울의
칼바람과 쓰린 상처를 핥아주던 봄날의 따뜻한 햇살, 귀를 찢는 천둥
에 하르르 몸을 떨던 어린 잎새들, 허리를 적시던 빗물과 목덜미를 간
질이던 애벌레의 감촉, 땡볕을 가려주던 구름과 놀빛 속으로 날아가던
곤줄박이 행적..., 그 모든 기억을 모아 둥글게 빚어낸 그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나, 눈 감고 한 입 깨물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우주의
비밀인 것을.
(죽순 54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