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벼랑 / 손택수
벼랑을 쥐고 꽃이 피네
실은 벼랑이 품을 내어준 거라네
저 위에서 오늘도 누가 밥을 짓고 있나
칭얼대는 어린것을 업고
옥상 위에 깃발처럼 빨래를 내다 말리고 있나
구겨진 옷 주름을 몇번 더 구기면서,
착지 못한 나머지 발을 올려 놓으려
틈을 노리는 출근버스 창밖
찡그리면서도 꽃은 피네
실은 찡그림마자도 피어나 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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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가 한창 입니다 은행잎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 하늘을 가리고 산이며 언덕은 걷잡을 수 없이 연둣빛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꽃이 진 자리 연두가 오는 것은 얼마나 다정한 일인지요 잃어 버린 것을 앓을 사이도 없이 연두에 반하고 기뻐하며 꽃진 허전함을 달랩니다 허브 몇줄기를 잘라 유리잔에 담아 놓고 수시로 바라보며 향기를 맡습니다 밤이면 보이지 않는 먼 산의 연두를 대신 하기도 합니다 흔들면 향기까지 풍기니 금상첨화 입니다 푸른 식물에 눈 속을 씻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염원 합니다 시가 쓰여지지 않는 밤을 붙잡고 애꿎은 허브만 흔들어 댑니다 바람에 흔들리면 허브는 향기를 풍긴다 했지요 이 밤 제발 무엇에라도 흔들려 시의 향기를 풍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빛님들 내일은 4월 마지막 시토론 날입니다 연두처럼 아삭한 시토론 시간 가지겠습니다 남아 있는 아름다운 4월 시로써 길게 길게 붙잡을 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