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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의 시 한 편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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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고욤


경주 장항사지 가시덤불 벼랑에 선
고욤나무 야윈 손가락에
어머니의 젖꼭지가 말라붙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어렵게 지내며
이슬 맞고 서리 맞고 얼었다 녹으면서
쪼그라든 젖꼭지가 달다

돌탑에 반쯤 몸을 숨긴 인왕상은
한가할 때마다 젖꼭지를 빨고 가서
천년을 늙지 않고 건장하다

**
시인이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하고 있나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라서 옮겨봅니다.
흔히 <낯설게 하기>라는 작법도 그렇지만,
고욤나무 열매를 어머니 젖꼭지에 대입한 것이나
"이슬 맞고 서리 맞고 얼었다 녹으면서/ 쪼그라든 젖꼭지가 달다"라고 하는 시인의 삶에 대한 경륜,
인왕상이(*인왕산의 오타인지, 실제로 인왕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돌탑에 반쯤 몸을 숨긴" 것이라고 능동적으로 파악한 것,
"한가할 때마다 젖꼭지를" 빤다는 의인화된 표현,
그래서 그 인왕상이 "천년을 늙지 않고 건장하다"라고 어처구니 없는 해석을 하는 시인의 눈이,
참으로 시적인 관점이란 어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알게 합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자면, ㅎㅎ
경주 모처를 지나다가, 말라 비틀어진 고욤나무와(고욤나무 열매와) 그 뒤로 인왕상(산)이 떡하니 펼쳐져 있는 것을 봤다...... 정도가 되겠지요.
그런데 시인의 상상력은 고욤나무의 가지를 "야윈 손가락"으로 보기도 하고, 쪼그라든 열매에서 늙은 어머니 젖꼭지를 연상하면서, 그것이 "달다"라는 가치평가를 하는 겁니다. 오랜 풍상에 시달려 오히려 단 맛을 내게 되는 삶의 이치를 시인은 말하고자 하는 것이겠죠.
인왕상이 그 젖꼭지를 빤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는 웃기는 얘기지만, 천년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비결을 시인이 그렇게 해석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가 천진하기도 하고 뚝심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아하, 그래!"라는 동조와 공감, 새로운 발견, 인식의 지평을 넓혀보는 즐거움.
우리가 시를 읽고 또 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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