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 갓 벗어난 아기 열무들 사이로
서릿발 들어선다
퉁퉁불은 엄마 젖을 맘껏 먹어야할
그 어린 것들에게 몸을 낮춘다
여린 이파리를 들추자
흐느끼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열무
누가 놓고 갔는지 천국 영아원 골목엔
아기 혼자 포대기에 안긴 채 울고
열무씨앗처럼 또박또박 눌러 쓴 편지
아이를 잘 키워 주세요 제발 부탁 합니다
연락처도 없이 사라진 아기엄마는
철도 모르고 열무씨를 묻었던
내 속 같았을까
돌아가는 모퉁이엔 온통 대못만 박혔으리
다시 그 젖은 사랑을 그리워할 저녁
꽁보라밥에 여린 열무를 썩썩 비벼 먹으며
고추장같은 한숨을 떨어뜨릴까
너무 늦게 심은 열무밭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철모르고 열무를 파종한 시인도 죄인이고 철 모르고 아기를 낳은 어머니도 죄인이다 열무김치의 계절 고추장에 썩썩 밥비벼 먹으며 나는 무죄인가 한번 쯤 생각해보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