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김상연
보리의 환갑인 망종 날 저녁 송사리 떼 후리던 봇도랑을 따라난 집 앞 논길을 거닐다 달님에게 속마음을 다 얘기하는 개구리들을 보고는 생각는다 나는 언제 탈을 벗고 저 달님에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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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김상연)>은 감수성이 뛰어난 시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설명을 배제한 그의 짧은 시편들은 찌름이 빠르고 이미지가 선명해서 오래 기억되며,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지요. 그러나 때때로 그는 시를 너무 <만들려고> 하는 느낌을 줍니다. 이번 작품도 그런 범주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장점도 많겠지만, 이번에는 <듣기 싫은> 소리만 몇 마디 하겠습니다 .
1. 제목 삶이라는 말의 외연이 너무 넓습니다. 외연이 넓으면 내포가 묽어지고, 그렇게 되면 핵심이 희미해져서 호소력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까?
2. 첫 문장을 단문으로 바꾼다면 몇 개의 문장이 될는지요? 복문과 중문을 너무 중복해 놓아서 독자의 이해력을 시험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대개는 짜증스럽게 느낄 것 같습니다.
3. <보리의 환갑인 망종 날> 같은 표현은 은연중에 시인이 독자들을 가르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 구절을 읽을 때 독자는 지식을 얻으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반발도 하게 되지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시인이 독자를 가르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4. 개구리가 달님에게 속마음을 다 얘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그 말에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성이 있는지요? 예컨대 개구리가 우는 것은 달님에게 속마음을 얘기한다는 무슨 전설이나 유명한 동화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공감할 수 없을 터이고, 따라서 시인의 다음 구절이 설득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5. 탈을 벗는 것이 개구리의 이미지와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요? 느닷없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탈 벗는 상상을 한다면 개구리울음에서 탈 벗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유추)될 만한 어떤 관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6. 개구리 얘기가 나와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달을 <달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너무 구태의연한 동화적인 표현이라서 신선하지 않습니다.
김상연 시인! 사실은 꽤 좋은 작품입니다.
나는 김시인의 작품을 좋아하면서도 늘 어딘가 2%쯤 불만을 느끼고 있지요.
그래서 오늘은 의도적으로 듣기 싫은 소리만 하겠다고 작정하고 지적한 것이니 위의 지적사항에 너무 괘념하지는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