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씨의 [상사화]를 읽고, > 작품을 읽고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작품을 읽고

|
07-01-17 00:53

김세현씨의 [상사화]를 읽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상사화
김세현

사랑에 목말라 본 자만이 안다
갈구만 하다가 깨물어 버린 입술 같은 것
헛손질 마구 피어나던 그늘
가슴에만 품어야 했던 꽃
한 생애
시퍼렇게 피 흘리던 아픔이
메마른 몸을 열어
붉은 혓바늘로 돋는다

---------------------

상사화는 봄에 일찍 돋아난 잎이 완전히 시들어 떨어진 후 꽃대가 올라오기 때문에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꽃은 잎을 생각하고 잎은 꽃을 생각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요. 서로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은 더욱 커지는 것, 그 심경은 진정으로 <사랑에 목말라 본 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종종 상사화에 투영해서 노래하는 모양입니다.

릴케는 시를 체험이라고 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설명되지 않는 것, 오직 체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니 말입니다. 노자 선생의 道可道 非常道처럼 사랑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지 모릅니다. 그래서 시인은 단호하게 사랑은 "사랑에 목말라 본 자만이 안다"고 말합니다. 즉 사랑은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오직 <목말라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갈구>입니다. 마치 상사화의 잎과 꽃의 관계처럼 서로 그리워만 할 뿐 만날 수도 이룰 수도 없는 부재의 공간인 <그늘>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시인은 서로 <갈구만 하다가 깨물어 버린 입술>처럼 어이없이 <헛손질>로 <마구 피어나던 그늘>이라고 노래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헛손질로 피어나는 그늘>이라니.... 사람들은 흔히 얘기하는 <사랑의 부재>란 바로 헛손질로 피어나는 <그늘>이 아닐까요? <그늘>이야말로 잡을 수 없는 혹은 잡히지 않는 부재의 공간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오직 <가슴에만 품어야 했던> 것이 아닌가요? 그래서 시인이 말처럼 <한 생애/시퍼렇게 피 흘리던 아픔이/ 메마른 몸을 열어/ 붉은 혓바늘로 돋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요? 실제로 상사화는 잎이 다 시들어 떨어진 후에 꽃이 핀다고 하니 <메마른 몸을 열어/ 붉은 혓바늘로 돋는>이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아픔 혹은 안타까움은 마치 우리 몸의 가장 예민한 감각덩어리인 <혀>에 <붉은 혓바늘>로 돋아서 자신을 찔러 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상사화의 색깔이 붉은 혓바늘을 연상시키는 홍자색이라는군요.

(사족)
그런데 이 시에서 제 4련의 <가슴에만 품어야 했던 꽃>이라는 구절이 직설적이어서 재미가 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상사화를 <꽃>이라고 하는 것은 동어반복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가슴에만 품어야 했던 꽃>을 <가슴에만 품어야 했던 말> 정도로 조금 돌려서 표현하면 어떨는지요?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7 김상연 시인의 <삶>을 읽고, 인기글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21 1479
» 김세현씨의 [상사화]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17 1360
255 김학원 선생님의 <집사람>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04 1239
254 답변글 이진흥 선생님의 <집사람>에 대하여 인기글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17 1080
253 정해영씨의 [그곳이 아프다]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5-16 1076
252 정해영씨의 <연인>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02-28 1059
251 강은소 시인의 <적멸궁에 앉아>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02-01 1528
250 김학원 선생님의 작품 <석양> 고쳐읽기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10-15 1030
249 김학원 선생님의 <낙조>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10-14 1269
248 신상조씨의 [안녕, 잘 가]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9-17 1290
247 정해영씨의 작품 <아이스 홍시>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7-01 1189
246 답변글 저장된 뚜껑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7-03 966
245 신상조씨의 작품 <침묵>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6-18 1223
244 신상조씨의 작품 <편지>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3-25 1005
243 신상조씨의 [눈바람]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2-18 1127
242 신명숙씨의 <산은 지금 올이 고르다>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2-09 1774
241 신상조씨의 <곰국을 고며>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1-29 1346
240 김상연님의 <말 그 너머에 사랑이 있다>를 읽고 인기글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2-15 1131
239 김상연 시인의 <들여다본다>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2-03 1485
238 김상연님의 <들여다본다>를 읽고 인기글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2-01 1184
237 답변글 김상연님의 <들여다본다>를 읽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2-02 853
236 엉겅퀴님의 작품 새터에서를...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23 721
235 답변글 엉겅퀴님의 작품 새터에서를... 엉겅퀴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27 656
234 시를 대하면 세상이 훤히 열리고... 세현님의 작품을 읽고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22 743
233 김상연님의 <월식>을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21 902
232 '내눈이플레어스커트가나풀나풀춤추는' 을 읽고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19 813
231 묘각사를 읽고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14 760
230 적막한 가을밤의 산사 묘사가... 차재희님 묘각사를 읽고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12 893
229 답변글 적막한 가을밤의 산사 묘사가... 차재희님 묘각사를 읽고 보리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17 663
228 서경애님의 소요산 거미줄을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06 746
227 답변글 거미줄 한 줄의 의미는...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1-11 812
226 이도원의 소설 [내 생의 자명종]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9-09 1265
225 답변글 변명과 설득을 해보자면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9-12 855
224 이도원님의 폭설(드라마)를 읽고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21 806
223 답변글 허점 투성이, 부끄럽습니다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21 759
222 조우기님의 <가장의 한마디>를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18 797
221 답변글 조우기님의 <가장의 한마디>를 읽고 조우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18 663
220 유자란씨의 <심청, 인당수에 뛰어들다>를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13 993
219 답변글 허걱!!! 딴죽의 칭찬이???? 굳센 난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16 612
218 유자란님의 <심청 인당수에 뛰어들다>를 읽고 인기글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09 1124
217 답변글 유자란님의 <심청 인당수에 뛰어들다>를 읽고 굳센 난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6-11 666
216 차재희님의 <바다>를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9 910
215 정정지님의 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9 939
214 이상(2商)님의 작품 [산과 노을]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2 908
213 답변글 정정지님의 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에 대하여,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9 829
212 답변글 정정지님의 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에 대하여,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30 747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