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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조씨의 [안녕, 잘 가]를 읽고

안녕, 잘 가
신상조

아름다운 시간은
강물 위에서 놓쳐버린
마구 풀려버린 실타래*
색색의 영롱한,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은
순간의 짧은 비명


매우 간결하고 명료해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아주 깔끔합니다. 제목 <안녕, 잘 가>도 <이별>이라는 설명어가 아니라 구어체로 해서 목소리가 들리듯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가볍지만 여운이 남아 짧은 시에 생동감을 주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시에는 두 개의 주어가 나옵니다 .하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이별>입니다. 아마도 화자는 누군가(사랑하는 이)와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보내다가 헤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화자의 판단이 드러나는 것은 독자에게 시인의 감정을 강요하는 게 되어 답답할 수 있습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물론 <아름답습니다>만, 독자가 더 크고 깊고 넓게 상상할 수 있도록 그런 가치 판단의 한정어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독자는 그 시간을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아프고 슬프고 안타깝게 기억할 수도 있은 테니까 말입니다.
제2련은 1련에 비하여 좀 갑작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물론 갑작스러움으로써 긴장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내용상으로는 아쉽습니다. 작자는 2련의 마무리를 위해서 좀 더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인생살이에서 <이별>은 <순간의 짧은 비명>의 형식으로 오지만 그러나 그 아픔은 오히려 길게 남지 않습니까? 그러니 설명적이지만 1련의 <결코 돌아올 수 없는>에 대비되는 말을 넣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심장을 저미는> 혹은 <지울 수 없는> 따위로 말입니다. 조금만 고민해 보십시오. 깔끔한 작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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