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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란씨의 <심청, 인당수에 뛰어들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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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을 수 없었으면 죽었을 것이다."

베트남전 때 돈을 벌기 위해 용병으로 갔던 우리나라 군인에게 유린당한
베트남 여인들, 한국인의 씨를 받아내고 키워낸 그 여인들...그 여인들의 말이다.
그 여인들은 위안부처럼 한국남자들의 몸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씨라는 것, 그 아버지라는 것 때문에 지금도 한국의 남자들이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아이를 보러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미국의 식민지, 우리나라의 수많은 남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월남으로 갔고 가부장이 키운 남성우월의식은 일본인이 우리나라 정신대를 만들었듯이 그 곳 베트남에서 또 다른 위안부를 만들었다. 이렇듯 전쟁은 눈물의 역사의 단초이다.

유자란씨의 <심청, 인당수에 뛰어들다>를 읽어내려가며 나는 이상하게 계속 <전쟁>을 떠올렸다. 피가 나지않는, 피 보다 더 소름끼치는 피눈물의 전쟁. 그것을 방관하고 있는 죄의식, 공범의식까지 들었다.

빗나간 유교의식은 사랑보다 체면과 허위의 결혼제도를 양산했고 거기 굴복할 수 없었던 남자와 여자는 제각기 다른 삶을 살게된다. 남자는 행불자로 여자는 아이를 아이의 고모에게 맡기고 남자를 찾아가고 그러다 지쳤고 그러다 작가가 말하는 <사랑이다>의 사랑을, 시대를 비웃는 발칙한 사랑을 하게된다. 집을 나간 남자 대신 사랑을 택한 여자는 자신의 아이를 시누이에게 빼앗기고 결국 자살을 택하고만다.

<어머니, 어머니와 그 여인은 내 양팔을 잡고 서로 잡아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두 여인 모두 필사적으로 잡아당겼기에, 저는 아파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때 팔을 먼저 놓아버린 사람은 그 여인이었습니다. 제가 다칠까봐서요. 어머니는 제 팔이 빠지든지 말든지, 단지 미운 그 여인에게서 나를 빼앗는 것이 목적이었을 테지만, 어머니, 그 여인은 그날 밤에 한 여인숙 방에서 지옥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택했습니다. 마치 '피할 수 없는 일을 지체없이'하려고 높은 탑 꼭대기로 올라갔던 프시케처럼요.>

솔로몬의 지혜를 보는 것 같이 이 문장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후환이 두려운 나머지 조카를 폐기까지 하려고한 고모는 이제 당당한 어머니로 군림하며 불순한 올케를 혐오하고 무시했듯 조카, 딸을 감시하고 비웃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정조를 내세워 딸의 부정을 봉양의 수단으로 삼는다. 그 딸, 주인공 여자는 이지러진 역사의 피해자인 여인, 생모의 피를 이어받았음을 다른 남자를 사랑함으로써 증명하려고 한다.

이해하지 않으면 곧 죽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시대의 어두운 그늘 아래 희생자가 된 생모의 삶을 인정하고 기꺼이 정조 하나로 버틴 고모, 아흔 살의 어머니와 질긴 싸움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주인공 여자는 심청이처럼 간단히 인당수에 빠져죽지는 않을 것임을 나는 소설 전체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어머니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생모와 또다른 희생양임을 주인공이 간파한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 그녀는 이제 단순히 어머니와의 일대일의 버팅기를 하는게 아니라 오랜 세월, 눈물의 한의 역사를 만든 그 무엇, 억압의 코드를 찾아낸 것이다. 그건 바로 작가가 단정한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든 직접적인 이유, 바로 진실을 꿰뚫어 보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때문이다. 나는 작가의 심청전에 대한 재해석이 바로 이 소설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밤이면 만져대는 아버지의 손길을 벗어나, 봉양을 저버린 못된 자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인당수에 빠져들어갈 수 밖에 없는 심청이의 숨겨진 진실을 바로 작가가 간파한 것. 진실은 이토록 절박한 구차함, 사소함에서 출발하며 종결지음을 작가는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심청이를 효녀 심청이라고 박제하여 박물관에 전시하며 두고두고 이 세상 수많은 자식들을 본보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형국이지 않는가.
진실과 정면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작가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은 단숨에 읽혔다. 그러나 욱신한 감동은 오래도록 나를 목메이게 만들었다. 이 서러움을 피할 수 없다면 오래 오래 작가처럼 음미해보고 싶다. 유자란씨...정말 좋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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