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봄날
장터 구석자리
오밀조밀 푸성귀 담아놓고
큰손으로 듬뿍
인심을 나눈다.
애면글면 살아온 세월
한바탕 웃음으로 날려 보내고
단골손님 발걸음 따라
하루가 저문다.
누군가
할머니의 봄날을 물었다.
지금이 봄날이란다.
어느새 빈 보자기 옆에 낀 할머니
막차 놓칠세라
노을 속을 걸어간다.
2.느티나무
요양병원 한모퉁이
느티나무 한 그루
앙상한 가지
상처투성이 몸으로
온 종일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름날 그 그늘이 좁다고
드나들던이 누구였나
긴목 늘이고
끝도 알수없는 캄캄한 길을
자작거리며 걷고있다.
3.숙명
붉게 물든 논둑길을
아슬아슬
달리는 자전거 한대
한 잔술에 흥얼대는
아저씨 노랫가락에
메뚜기 놀라 하늘을 날고
졸고 있던 논바닥이 부산하다.
스산한 바람
긴 한숨
영문도 모르고
비틀거리는 자전거 두 바퀴
해는 서산에 걸렸는데
울퉁불퉁 논둑길에
자전거 한대
굴러야 살 수 있는 운명이기에
오늘도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덜커덩거리며 파도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