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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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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오래 타는 불이다

울퉁불퉁한 몸이
연기도 불꽃도 없이
여러 날
제 몸을 태우고 있다

향이 진동한다

딱딱하고 무거운 돌 같은
열매가 꽃이었구나
여기저기 널린 수많은
돌들도 꽃일까

검게 변할수록 짙어지는 향
열매는 점 점 돌이 되고
만개하는 허공

붉게 노을이 번지고
코끝을 스치는 공기가
단단하다




거미


어두운 구석이
꼬물꼬물
깨어난다

소리도 무게도
다 흡수한 고요가
기어 나온다

후 불면 쓰러질 집에
후 불면 날아갈 몸

바람보다 가볍고
공기보다 투명한
속을 뽑아내고 있다

무슨 성자의 삶을
살아내는가

햇살이 걸리면
반짝 빛나기도
하는 집에서

혼처럼 없는 듯
살다 간다





애가


콩을 불렸다
원래대로 커진 몸

바짝 말려 두었다
원래대로 돌일 수 있는 일
사람은 안되는가

콩알 마다 박힌 당신
물에 담구면
어룽지는 얼굴

당신이 보고 싶을 땐
나를 보라 했던 말

콩 껍질 같은 말
소용없고 쓸모없어
아름답기만 한





스프링

흰 노루귀 피었다
귀중에 작은 귀

햇살 속으로
한껏 열어 놓았다
바람 쪽으로
한 참 딸려갔다 돌아왔다

귓속이
동굴 만해져
꽃잎을 여는 귀

솜털 간질이는 소리에
스프링처럼 솟아오르는
녀석들

이쯤이면
짐승 중에 짐승

뒷발로 차 올린
공중이
활짝 벌어졌다




풋, 풋

나무에 달린 것 보다
떨어진 것이 더 많은

적과(摘果)

웃는 듯
비웃는 듯
풋, 풋 떨어지는
어린 자두

골라내고 솎아 내고
바닥은 벌써
새파란 풋것으로 즐비한데

실한 것을 위해
약한 것을 버리는 일이라지만

왠지
시고 떫은 일

나를 위해 버려진
너를 보는
차마 면목 없는 일




봄비


뱃속에 애가 들어섰어

노모
내 귀에
속삭이는 말

귓속에 비가 내린다
가만 가만
온 몸을 적시는 비

속속들이 파고들어도
흘러넘치지 않게
새어 나가지 않게

뒤죽박죽 노모의 치매 세상
동생이었다가
언니였다가
죽은 사람도 다 살아 있어

비가 내린다
마른 솔잎 비비는 소리로
밥 뜸 들이는 소리로
속속들이
따갑게 뜨겁게
적시는 비




흔적


사냥은 짧고 빠르게
소리 없이 치열하게
사막이 한 순간 요동쳤다
공기가 파르르 떨렸다
잡아먹는 강자에게도
잡아 먹히는 약자에게도
견디기 가혹한 곳
적막이 덮이자
모래를 쥐어 짠 몇 방울의 독으로
사 억년 동안 살아남은 방울뱀이
천천히 움직였다
화상자국 같은 흔적을
바람이 스윽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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