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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지정석

 

                               정 정 지

 

공원 벤치에

오늘도 할아버지 누워있다

초여름부터 입고있던

후줄근한 줄무늬 남방셔츠

앞 단추는 풀어헤친채

 

유모차를 밀고가는 사람

모이를 쪼는 비둘기

검은 털이 탐스런 길고양이

누워서 볼것이 많다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소리 자장가삼아 잠이들면

뭉게구름 타고

딱지치기 하던 고향집 골목도 가고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할머니도 만난다

 

주체못할 시간을

다 날려보내고

해질녘 벤치에서 일어나는 할아버지

 

절정을 이룬 백일홍이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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