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다 /곽미숙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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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시치미 떼다

 

장마 지나자 꽅밭에

백일홍, 수국, 치자나무, 라벤더가 사라졌다

 꽃밭 터질 듯

 몸 키운 금잔화에 의심의 눈초리 보내지만 

 

못 본척 

입 꾹 닫고 있는 금잔화

 

마당으로 밀려난 

채송화, 봉선화는 제자리 지키기 바쁘고

하늘은 하릴없이

뭉게구름만 잔뜩 피운다

 

어물쩡 

마당까지 넘보다 들킨 금잔화가

루테인 가득 담은 오랜지 꽃 흔드니

꽃에 홀린 사람들

본래부터 그의 자리였던 양

의심의 눈초리가 봄눈처럼 사그러든다

 

하지만

 초록 정글 속에서

겨우 숨만 쉬며 

 납작 엎드려 있는 것들이 있어

그의 비행은

언젠가 밝혀질 일이다

 

 겨울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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