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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말의 즙

 

정해영

 

맨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입안에 들어온 딱딱하고 거칠은

이물질 같아 내 뱉고 싶었다

 

넘길 수 없는 말

 

입속에 넣고 혀끝으로

굴리는 동안

말없이 시간이 흘렀다

 

녹인다는 것은

둥근 모양으로 어루만지는 일

 

울퉁불퉁 거친 것을 받아

부드럽게 넘기는 법은

어릴 적 어른들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는

사탕을 먹으면서 알았다

 

굴릴수록 단맛이 난다

그 말의 섬유질에서 나오는

즙인가

깨달아 알아가는 맛인가

 

어느새

말이 먹힌다

 

즙으로 먹는 말

돌을 삭이 듯

몇 칠 혹은 몇 백 년이 걸려

알아차려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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