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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순자

 

정해영

 

겨울애도 순자

여름에도 순자

단벌의 옷같은 너

 

그 속 깊고 깊어

얇았다 두꺼웠다

크졌다 작아진다

 

어느 해는 겨울이 힘들었고

어느 해는 여름이 고비였다

 

뿌리가 뽑힐 듯한 비바람에

온몸이 오그라들었고

피할 수 없는 뙤약볕아래서

고개 떨구는 사이

가는 줄 모르게 가버린 몸

 

이쪽이 툭 터지면

저 쪽이 울먹인다 한다

 

낡을 대로 낡아

소매도 여밈도 없는 옷 같은 여자

 

해와 달과

이제는 너무 먼 곳에 있는

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가락을 헤아리고 헤아려 보는

단 한 벌의 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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