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앞에 두고
이규석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는
가난한 저녁 풍경이라도 서글프지는 않았다
하짓날에 삶은 감자를 사이에 두고
아흔을 훌쩍 넘긴 고모와 마주 앉았다
핏덩이 아들 하나 데리고 긴긴 세월 청상으로 산 고모가
왜 자꾸 친정 조카를 찾았을까
감자로 끼니를 때웠더라도
포슬포슬하게 분이 난 감자가 있어 목이 메이지는 않았다
어쩌다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듯
식어버린 감자는 몸서리치도록 아릿했다
치매는 여름 장마 날씨와 같다더니만
요양원에 갇힌 고모는
옛날에 못 받은 외상값 타령이라
내 목구멍은 뜨거운 감자를 삼킨 것처럼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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