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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이규석

 

 

한바탕 비가 쏟아지자

써레질 끝난 다랭이논

조각거울 되었다, 층층마다

하늘이 내려앉고

구름도 떠다닌다

 

하얗게 질린 낮달도

제 모습에 반한 왜가리도

거울만 들여다보고 섰는데

 

위가 아래 되고

아래가 위로

오른쪽이 왼쪽 되고

왼쪽이 오른쪽으로 바뀐 거울 속 세상에선

무엇이 진실인지

 

속을 보여주지 않는 거울 앞에 선

등 굽은 농부

붉은 해를 몰고 마을로 내려간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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