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소년의 흙피리 소리를 듣고 있다. 아주까리 향기품은 쪽머리에 흰 치마 끝 한 자락 옆구리에 끼고 새하얀 고무신 바닥을 빨갛게 물들이며 총총히 떠나신 어머니 살바람에 고단한 탄식을 토해내시던 불덩이에 세월 잊은 몸뚱이를 일으켜 세워 내 품 끝자락에 놓인 흙피리를 찾아 검은 아궁이 속을 헤집고 아득한 어머니 손을 더듬는다. 거친 손마디에 굳은살이 돋은 자리는 내가 빨아 속이 비어버린 껍데기, 그 껍데기 입에 대고 아늑한 그리움을 채워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