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 전 영 숙 (971회 토론작)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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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전 영 숙

 

앓다 나와

뜨거운 물에 꿀을 푼다

숟가락으로 휘 휘 젓다

문득

한 그릇 설탕물 생각

 

짜고 맵고 쓴 맛

뿐이었던 그때

집에 손님이 오면

저어 녹인

설탕물 한 그릇

최고의 대접이었다

 

벌도 나비도 개미도

좋아한 물

후 후 불어 마시면

몸살의 끝도 둥글어져

몸을 찌르지 않고

흘러넘쳤던 가난도

부족해서 더 달았던 시절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먹다 남긴 물

마다 귀퉁이에 부어준다

그때 손님도 반은 남겨

어린 우리들에게 나눠 주었다

우리의 입속처럼

꽃이며 풀이며 곤충들

몸 속도 달콤해지겠다

아픈데도 다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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