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넘기다, 잠시
곽미숙
빛바랜 사진 속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
초라한 딸이 보인다
손가락 입에 물고
헝클진 머리, 후즐거래한 반바지 티셔츠 차림이다
핑계를 포도송이처럼 달아보지만
눈이 맵다
얼른 그날로 돌아간다
이른 새벽
딸의 머리 곱게 빗어
두 갈래로 땋아주고
하얀 원피스도 입힌다
여섯 살딸, 산벚꽃 같다
지인이 집에 놀러와
사진첩 열 때도
아~ 하고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
그날로 향한다
꽹가리소리
동네 사람 노랫소리 회남걸을 넘고
칠 남매 종일 춤을 추던
그날로
왜 기억은
좋은 것보다 아픈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일까
아름다움도 추함도
결국 하나라는데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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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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