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감님/ 이규석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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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감님 (Inspiration)

 

                        이규석

 

새벽마다 열린 창으로 오시곤 하시더니

도대체 어디로 떠나신 겁니까

얼마나 멀리 가셨기에

아침 커피가 다 식도록 돌아오시지 않습니까

 

고샅길 따라 마중을 나섭니다

이슬로 오시나 싶어 풀 섶을 헤쳐 보고

바람으로 오시려나 나뭇잎을 올려다봅니다

꽃잎 툭툭 터지는 연밭을 둘러보시느라 늦으신 겁니까

아니면 대책 없는 더위에 지치신 겁니까

 

번갯불처럼 빨랐던 영감님

받아 적을 종이 찾는 새 떠나셨으니 너무 하셨습니다

그림자 한 자락도 남기지 않고

헌 발자국 흔적조차 지우고 사라지셨으니

참으로 매정하시군요

 

직관의 날만 세우는 제가 미우셨던가요

하필이면 뒷간에 앉았을 때 오시면 어쩌라는 겁니까

 

시인은 목이 마릅니다

영감님을 기다리던 내 친구 화가는 황칠을 해버렸고

음악가는 콩나물처럼 목이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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