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는 저녁
정해영
가진 것이라곤 들풀 같은 마음뿐인 시인이 돌아앉기에도 비좁은 책방에서 출판 기념회를 한다기에 어리석은 마음으로 염려만 하다가 출석이 꽃이라는데,꽃의 마음으로 가서 민들레처럼 앉았다 몸에 배인 소박함과 우주가 깃들어 있는 넓은 가슴은 사람들을 따르게 했고 까마득한 우물에 두레박 던지는 소리 같은 진솔함의 깊이는 감동하게 했다 별다른 포장도, 이어주는 끈도 없이 저마다의 그릇대로 무엇을 담아서 출렁이며 돌아오는 저녁 어찌 그리 힘이 나는지 평생을 양보만 하고 살았던 그가 오늘 저녁 제데로 세상에게 한 번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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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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