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실한 / 전 영 숙 (968회 토론작)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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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실한

 

전 영 숙

 

오이꽃이 한창이다

석류꽃도 한창이다

 

장미보다 백합보다

당신이

좋아한 꽃들

 

머지않아

오이와 석류가

가지 휘도록 달리겠다

 

꽃송이 하나에도

쓸모없음보다 쓸모에 방점을

찍었던 당신

 

현실을 미워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마음이

길을 내고 삶을 통과하고

죽음을 뚫었을 거라

 

없는 당신을 향해

작지만 실한 꽃을 들어 보이면

기다렸다는 듯

흰나비 날아와

당신의 손놀림 발놀림을 흉내 낸다

 

아침 저녁 들려주던

당신의 숨소리처럼

꽃이 피고 열매가 오는 길목에는

햇볕이건 바람이건

한껏 공들인 것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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