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 이규석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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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석

 

 

눈을 감아야 보인다는 고향에 와

다시 눈을 감는다

구슬치기하던 마당을 서성여도 반기는 이 없고

마루에 걸터앉지만 탁한 세월만 빠르게 스쳐간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방안을 살핀다

텅 빈 공간엔 뿌연 먼지 뿐

아무도 없다

뒤틀린 세월을 몰고 온 댓바람만이 고요를 흔든다

 

서로를 떠나보내고 기다리는 사이

어제 내린 눈도 녹고

그 눈 위에 생긴 발자국 사라지듯

모두가 떠나버린 집은 온통 틈이다

 

그래도 틈틈이 텃밭을 뒤집어

씨앗을 넣는다

느티나무 초록 그늘 아래서

새도 먹고 옆집 할매도 먹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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