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작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어린 비평, 정말 감사합니다.
이 시는 몇 년 전, 경산에 살고 있던 유자란씨가 가시연꽃이 핀 곳이 있으니 구경하러 오라고 해서 가서 본 후에 썼던 것입니다.
잎이고 줄기고 꽃이고 온통 가시투성이였습니다.자신의 몸의 일부인 잎을 비켜가지도 않고 가시를 단 꽃은 그대로 뚫고 올라오기도 하더군요. 외부로 향한 분노가 극에 달하면 사람도 자학이나 자해를 하듯이 말입니다.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을 했지요. 저 가시연은 왜 가시를 달 수밖에 없을까. 얼마나 혹독한 시달림을 받았으면 저런 무시무시한 독기로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었을까.
모든 형상에는 그 자체에 본질이 들어있다고 하지요. 그 본질 속에 어떤 질서 또한 있다지요. 수백년, 혹은 수천년 전 어떤 혹독한 물리적 환경이 저 가시연이란 식물에게 저토록 눈물겨운(?) 유전인자를 물려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그때 느꼈던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참으로 힘들었겠다는 것이었지요. 그 안간힘이 감동적이지 않아요?
넓고 푸른 경산의 들, 그녀와 연꽃을 보러 갔던 날이 생생합니다. 서울로 간 친구가 몹시도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선생님, 가시연을 보고 오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