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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금희님의 <가출과 출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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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과 출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같은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이지만 그 뜻은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출>이 어떤 외부적 물리적 힘에 의해 충동적으로 혹은 쫓기듯 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가는 것이라면, <출가>란 자신의 내부적 필연적 힘으로 당당히 집을 나간다는 의미에 가까와 보입니다.

이토록 충격적(?)이고 울림이 있는 시를 우리들에게 선사하시려고 그대는 그토록 긴 잠행을 하고 계셨는지요? 많이 반갑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란 코너가 가끔 신문의 어느 구석엔가 있지요. 신문을 읽다가 우연히 스쳐 보았다 할지라도 그냥 글자만 따라 읽고 지나갈, 일부러 마음 먹고 찾아보지 않으면 눈에도 띄지 않는 그런 희미하고 하찮은 기사 말입니다. 그것이 희미하고 하찮은 것은 너무도 먼 타인의 일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그 <먼 타인의 일>을 시인이 이렇게 호명을 해버리자 그것은 바로 <나의 일>혹은 <가까운 친지의 일> 나아가<세상 수많은 여자들의 일> 로 느껴지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 뭡니까.

시인의 깊고 뜨거운 눈길은 세상 어느 구석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한 여자의 가출사건을 바로 내가, 친지가, 그리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우리 앞에 선뜻 던져놓습니다.
그녀는 가출을 했습니다. 혹은 출가를 했을까요? 그건 알 수가 없지요. 다만 그녀의 이름 석 자.키와 몸무게, 상고머리 파마, 은미의 엄마 라는 사실을 알뿐 그녀의 그녀다움을 나타내는 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지요.알 수 없는 것은 그녀의 <신체적 특성 없음>만이 아니지요. <시간의 폭격에 맞아> 이미 그녀의 정체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산산히 부서져 있거나 밋밋하게 마모되어 버렸는지도 모르지요. 오. 맙소사! 오직 이름 석자, 키와 몸무게, 상고머리 파마,누구의 엄마로서만 불리워지는 여자라니! 그런 지극히 낡은 껍질로서만 규정될 수밖에 없는 여자라니!
(1)연은 그런 한 여자가 집을 나갔고 그여자를 찾는다는 사실뿐인 단순한 기사 그대로이지만 시인은 놀랍게도 그 단순한 기사를 세상 많은 여자들의 절규가 메아리치는 시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것이 시가 되는 것은 바로 (2)연에서 시인의 절실하고 뜨거운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녀은 왜 가출을 혹은 출가를 했을까요?
<살아온 모든 시간이 폭격>같아서 일까요? <아무리 발버둥치며 살아도> 결국 <허허로운>것임을 알았기 때문일까요? <억눌린 분노를 잠재울 수 없어> <비바람처럼 사라지고 >싶어서일까요? 아니면 <벽공무한>의 충만을 찾아 삶의 지친 <고삐를 풀>어 버리고 훨훨 날아가버리고 싶어서였을까요? (아, 여기에서 맨 마지막 행은 의미상으로 (2)연의 둘째행으로 하면 어떨런지요?)

티브이 어느 방송사에서 수요일이던가요? 사람을 찾아주는 프로를 아주 가끔 볼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 가족과 헤어졌던 사람들이 나오지요. 그들이 몇 십년 만에 가족을 만나는 장면은 언제나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가족과 헤어진 동기가 그들의 아버지 때문이 대부분이더군요. 아버지가 집안을 돌보지 않고 딴 살림을 차렸다거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려서 어머니가 집을 나가버렸다거나, 술만 마시는 아버지 때문에 너무 가난하여 아이들을 친척집이나 다른 집에 줘 버린다거나...어머니를 집 나가게 하는 아버지, 아이들을 버리는 아버지...지금도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어머니라는 굴레에 갇히어 이런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남자들의 억압과 핍박에 고통받고 있을런지...희생만을 강요당하다 결국 산산히 부서져 자신의 이름밖에, 누구의 엄마라는 사실밖에 남아 있지 않은 껍데기 뿐인 여자들의 한숨과 눈물은 또 얼마나 엄청날런지요.

시인의 눈은 때로 이렇게 신비한 확대경이 될 때가 있나 봅니다. 하찮은 기사 하나로 그런 여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커다랗게 보여주니 말입니다.
그녀는 과연 가출을 했을까요? 아니면 출가를 했을까요?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출가를 감행할 정도의 주체적 힘이 단단한 사람이라면 가출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힘겨운 삶의 도정에서 <출가와 가출>을 생각해본 세상의 많은 여자들을 생각하며 저도 <가시연>이라는 시 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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