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흥님,저는 지금 흰나비가 되어 춤을 추기로 합니다. 이 춤은 이
진흥님의 시 <나비처럼,힘껏>에 대한 저의 느낌이며 글이기도 합니다.
아름답게 혹은 처연하게 저의 어설픈 흰나비무 혹은 짧은 살풀이춤을
감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1. 가겠다,하겠다,서겠다,지겠다 - 작가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제게는 그것이 미래형으로 그치고 말 듯한 느낌 때문에 지독히
강한 의지는 꺾이기도 쉽고 포기하기도 쉬울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실천이 된다면 저는 작가를 엄청나게
존경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2. 금기,제단,치명,유혹,포획,심장,고통,전신 - 다소 구태의연해지기
쉬운 한자어들을 불러와 적절한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문장을 단단히
결속시키는 시적 효과를 상당히 거두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제 개인적
으로는 한자어 사용을 퍽 조심하고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이 시의 한자
들에서는 제가 평소에 느끼지 못한 번쩍임과 단순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3. 칼날,숨어,심장,피,벼랑,고통,힘껏 - 등과 같은 단어는 제가 아는
한 작가께서 자주 쓰는 단어들인지라 이 작품을 떠나 다른 작품들까
지 연상이 되어(꼭히 그럴 필요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대한
많은 신선감이나 감동을 받을 수 없었던 점을 솔직히 말씀드리며 저의
시쓰기에서도 주의하여야 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
<봄날,힘껏>이 떠오르기도 하였습니다.
4. <금기의 제단 위에 치명적인 유혹을 놓고>,<아름다운 구부림과 숨
막힘 사이>는 제게 참으로 아름답게,눈물겹게 또한 건강한 성적자극으
로도 느껴져 이 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구절이라고 생각됩니다.
5. 전신으로 힘껏 무너지겠다 - 전신으로라는 말이 이 문장의 긴장감
을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5. 가파르게 올라서겠다 - 의미와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표
현은 잘못 된 것이 아닌지......시적 자유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습
니다만......
6. 나비처럼 사라지겠다 - 현실적으로 아주 가벼운 존재에 온 마음을
걸고 약속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반어법과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사고방
식의 시쓰기가 무척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자주 사용하게 된다면 시의
마지막 무게가 가벼운 느낌을 주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하였습니
다. 그 앞의 행 <무너지겠다> 후에 다시 부활하듯이 <나비처럼 사라지
겠다>하니 저로서는 그것이 서로 모순되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그 나비
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치명적인 유혹의 덩어리(?) 너, 혹은
누군가(무엇인가)에게 더 큰 힘으로 반드시 날아가겠다는 굳센 의지
로 보여집니다. 또한 <나비처럼>이라는 말도 그 앞에 어떠한 나비인지
를 조금 구체화시켰더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답니다.
이진흥님,낱말 하나하나에서 작가의 알맞은 말 찾기와 대단히 심혈을
기울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시에 땀방울이 맺혀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느낌은 이진흥님의 시작법이
보여주는 다소 독특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향한 혹은 포획물을 향한 굳센 기도와 엄청난 상상력을 보여주
는 시였습니다. 칼집에서 칼을 마악 꺼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어의 단단한 짜임새 때문에라도 이 시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습
니다.
흰나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자외선을 볼 수 있기에 이 자외선으로 수
컷은 암컷을 알아본다고 하더군요. 우리 눈으로는 나비의 암수 여부를
알기가 힘들고 자외선만이 지나가는 필터를 써서 사진을 찍으면 수컷
은 검게,암컷은 희게 나와서 구분이 된다는군요. 그리고 호랑나비나 흰
나비는 자신이 날아다니는 길을 좀체 바꾸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이진흥님의 시쓰기에 있어서도 이진흥님만이 볼 수 있는 자외선 필터기
와 노랑나비, 흰나비의 길이 있으시겠지요? 저 역시 그렇다고 말씀드리
며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