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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무엇으로 쓰여지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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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꽃님에게,

"....답신 빨리 받아볼 수 있기를...."이라고 쓰셨기에 쑥스럽지만 몇 마디 달아봅니다.
전에 어느 학생이 김춘수 선생님께 "시는 어떻게 씁니까?"라고 물었는데 선생님은 " 어떻게 쓰다니요? 손으로 쓰지요."라고 거의 동문서답에 가까운 대답을 하셨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이 <시>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학의 문학개론 시간이면 나오는 얘기이지만, 시라는 명칭을 한자로는 詩가 말씀언(言) + 가질지(持)라고 하는데 이때 持의 부수자인 재방변의 재(才)는 손수(手)의 手가 변으로 쓰인 모양이라 하니까 원래 손으로 무엇을 잡거나 지니거나 하는 뜻이라 합니다. 인간은 일찍이 직립하여 손이 걷는 일을 하는 앞발의 기능에서 해방되어 공작하는 인간,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인간으로 진화했다 하지요. 이 때 그 손의 기능은 무엇을 만들고 잡고 가지고 하는 의미를 갖게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손수(手)가 들어갔다는 것은 <만들다> <잡다>하는 뜻과 통하게 되었을 터이니까 시(詩)라는 한자어 속에 시의 중요한 본질인 <만들다-창작하다>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게 게 아닐까요? 이것은 내가 너무 지나치게 견강부회한 것일까요?
영어에서도 시를 뜻하는 poetry는 그리스어의 포이에시스(poiesis)에서 나왔다 하지 않습니까?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예술을 모방, 즉 미메시스(mimesis)라고 한다는데 구태여 시라는 말을 포이에시스에서 유래시킨 것을 보면 시는 <만들어 낸다>는 창작의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니까, 김춘수 시인은 그 학생에게 <시를 어떻게 쓰다니요? 손으로 쓰지요.>라고 대답한 게 아닐까요? 왜냐하면 <손>이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때 별빛꽃님이 <아직도 저는 시를 쓸 때 연필에 침 묻혀가며 엎드려서 공책을 찢어가며> 쓴다고 하는 말은 김춘수 선생님의 대답과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서 새로운 느낌, 정서를 만들어 내는 것일테니까요....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초인별님의 시작 태도는 머리보다는 가슴, 그러니까 저절로 <넘쳐흐르는 감정의 자연스러운 발로>라는 유명한 워즈워드의 그것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것은 또한 이백과 두보 중에서라면 이백 쪽에, 혹은 괴테와 쉴러를 비교한다면 괴테 쪽에 서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쉴러는 그러한 쪽을 나이브한 시인 혹은 타고난 시인이라고도 하지요. 그런 뜻에서 별빛꽃님은 <타고난 시인> 쪽일 것입니다, 아마. 그러니 <만들다>라기 보다는 <저절로 흘러나오다(?)>, 뭐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경우는 별빛꽃님과는 반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 편을 만드는데(그렇지요, 쓴다기 보다는 만들지요.) 아마 스므 번 쯤은 고쳐야 하니까요.
이번에 <물빛> 홈에 아주 옛날에 쓴 작품인 <너의 눈썹>을 올린 것은 부끄럽습니다. 변명 같지만, 어제 김세현씨가 전화로 <물빛 홈페이지에 작품 좀 올리십시오, 안 올리면 교수님 작품을 제가 임의대로 올리겠습니다>라고 협박(?)조로 강요하셔서 하나 올려 놓은 것입니다. 그것은 옛날 제가 대학생 때 썼던 것인데 나중에 현대문학에 추천을 받을 때 써먹었던(?) 것이지요. 지금 읽어보면 어느 유명한 시인을 무의식 중에 모방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드는데, 물론 퍽 여러 번 퇴고를 거듭해서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나도 초인님처럼 <느낌들이 마음속 달빛처럼 고여 있다가 언젠가는 또 달빛처럼 흘러나>오는 그런 자연스러운 시를 써 보고 싶습니다만, 타고난 시인이 아니어서 아마 못 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별빛꽃 님이 쓰신 글입니다.
> 이진흥님의 시,잘 읽었습니다.
> 저는 요즘 어느 누군가의 질문에 대하여 나름대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봅니다. 시는 어떻게,무엇으로 쓰여지는지....
> 시는 머리로 쓰여지는지 아니면 가슴으로 쓰여지는지 아니면 가슴이 머리의 어느 부위를 지긋이 눌러서 무엇을 건드려서 쓰여지는지...알 수가 없습니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제 경우 시는 그냥 그야말로 그저 그냥, 견딜 수 없어 우러나오는 숨결 같은 것이기에. 그래서 나는 시를 너무 편하고 즐겁게 쓰는구나 라고 스스로를 나무랄 때가 많은데 그것조차 때로는 의문스럽습니다. 시는 꼭 피를 토하듯 써야
> 되는가,그런 것만이 시인가...저는 시 쓰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생각을 구체화 시키지 못해 안달복달할 때도 있지요. 그러나 그러할 때조차도 이상하게 설레고 즐겁습니다. 즐겁다는 표현이
> 정확한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시를 써야지가 아니고 마음을 글자로 옮겨보아야지 하는 생각이 더 많아서일까요? 항상 떨림이 많고 그 떨림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릴 때가 더 많아도 그 느낌들은 마음속 달빛처럼 고여있다가 언젠가는 또 달빛처럼 흘러나온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지극히 제 개인적 경우이지요). 그래서 제 경우 시는 연필로 쓰여지고 그 연필은 제 마음속 생각들과 늘 내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요 며칠간은 컴퓨러 자판기로 쓰여지고 그 자판기는 또 제 마음속 생각들과 늘 ......).
> 아직도 저는 시를 쓸 때 연필에 침 묻혀가며 엎드려서 공책을 찢어가며
> ......그런 풍경을 연출하는데 과연 제가 늘 궁금해하고 있는 이진흥님의 시 쓰는 풍경은 어떠하온지 감히 여쭈어 보는 것은 실례가 아니되올런지......답신 빨리 받아볼 수 있기를.....
> 새벽 1시47분 달빛 아래 거닐며,초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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