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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로 1,2,3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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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로 시리즈, 탄복하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이응로 1-산수화>가 압권입니다.

파도가 바다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산봉우리마다 부딪쳐 출렁이고 있었어요
하늘을 말아올리기도 하고
벌판 하나를 팽개치기도 했어요
. . . . . .
<이응로1 중에서>

참말로, 상상의 지평이 얼마나 넓길래 하늘을 말아올리고 벌판 하나를 팽개치는지! 살아움직이는 생생한 힘과 걸림없이 흐르는 리듬도 일품입니다.

바지랑대를 아무리 높여 올려도 달은 따지지 않아요
사람들은 서로 딴곳을 보느라
가슴 속의 달은 보지 못해요
죽어서 가는 행렬이 있다면 저런 것일까
. . . . . .
<이응로2 중에서>

이 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가슴을 잃어버리지 마라, 잃는 것은 가슴이 아니다.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마라, 잃는 것은 소중한 것이 아니다. 잃는 것은 바로 네 자신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내부적 현실과 외부적 현실이 있다지요. 두 가지 현실은 서로를 반영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두 현실이 서로 일치할 때 사람들은 평화와 행복을 느끼나 봅니다. 그런데 늘 평화롭고 행복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사실 안팎이 일치하는 삶이란 얼마나 힘이 들런지요. 불안과 외로움과 결핍감은 왜 그리 시도때도 없이 사람을 뒤흔드는지요. 그리하여 그것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환상에 '존재의 다른 장소'를 찾아 바깥으로 헤매일 때는 또 얼마나 허다한지요. 그야말로 <제 속의 달은 보지 못하고 바지랑대만 자꾸 높이려는>어리석은 시도를 얼마나 많이들 하고 사는지요.
외부적인 것, 새로운 것, 유행적인 것을 자꾸 좇다보면 결국 그것이 안의 현실을 간섭하고 교란하고 훼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러다 제 속의 달을 놓치고...또 그러다 보면 <서로 딴곳을 보느라>사람들도 서로 빈 껍데기만 만지다가 허망하게 헤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죽어서 가는 행렬이 있다면 저런 것일까>라고 시인은 그 허망함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해 놓으셨습니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은, <머리속에 난 터널>이란 구절입니다. 퍼뜩 형상화가 잘 되지 않더군요. 서로들 닿지 못하고 딴곳만 바라보는 군상에서 구멍 숭숭 뚫린, 휑한 백골을 보았다는 뜻인가요?

<이응로3>도 잘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앞의 두 편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조금 산만한 것 같았습니다. <진실은 해독되지 않고 이데올로기의 권좌는 높았다>는 관념적이라 불투명했고 끝 부분도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좀 더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고 압축했으면 하는 느낌입니다.

세현씨, 당신은 타고난 시인입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뜨끈한 보름달 하나를 심장에 품고 계셨나요? 당신이 쏟아놓는 언어는 항상 뜨겁고, 싱싱하고, 관능적이고, 그리고 때론 서러운 선율로 출렁이곤 했지요. 혹시 그 보름달 때문이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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