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호시인의 <홍수지다>를 읽고, > 작품을 읽고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작품을 읽고

|
01-07-01 21:33

권영호시인의 <홍수지다>를 읽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홍수지다
권영호

미친년 널 뛰듯
사람 속 확 뒤집어
마음둑 다 허물어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저저 뻔뻔한

집중호우

___________________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짧은 시를 선호합니다. 독일어의 시(Dichtung)라는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보아도 원래 시는 짧게 압축한다(dichten)는 뜻에서 나온 것을 보면, 시는 가장 짧은 문학적 표현 형식이 되겠지요. 그래서인지 요즘 시가 길어지는 경향을 나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권영호 시인은 <홍수>라는 엄청난 자연재해의 사태를 단 한 문장 속에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 밖의 사태, 그에 대한 위태한 그러나 속수무책의 느낌을 <미친 년 널 뛰듯 한다>는 속담을 빌어다가 단순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그런데 시에서 속담이나 격언을 빌려쓰는 것은 모험입니다. 서정시에 속담이나 관용어를 빌려 쓰는 것을 꺼리는 까닭은 그것이 수천 수만 년 민족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이지만 시적인 새로움(창조적 표현)에는 상치되는 진부함(?)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는 그 다음 구절들이 긴밀한 필연성을 가지고 잘 연결되어 있어서 그 점을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시에서 <홍수>는 물론 단순한 자연재해 사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사의 여러 가지 위협적인 일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그야말로 <사람 속 확 뒤집어 마음둑 허물어놓고 나 몰라라 하는 뻔뻔한>일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각 분야에서 우리는 그러한 분통터지는 일들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작자는 그러한 일들을 <홍수지다>라는 재해의 현상에 은유하면서, 그것을 지극히 서정적으로 해석하여 독자들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예컨대 저 홍수의 사태를 지극히 주관적인 <뻔뻔한>이라는 낱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지요.
그리고 이 작품에서 <집중호우>라는 엄청난 사태를 독립시켜서 하나의 연으로 처리한 것도 앞 련의 긴장의 무게를 절묘하게 집약한 것이어서 독자들의 기억에 강한 인상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3 물빛 벗님들, 속삭여 주세요 초인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6 558
72 금이정씨의 <우리는 사자입니다!>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6 716
71 답변글 금이정씨의 <우리는 사자입니다!>를 읽고,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462
70 답변글 금이정씨의 <우리는 사자입니다!>를 읽고,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501
69 우리는 사자입니다!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5 598
68 답변글 나는, 사자가 아닌 유도화 잎사귀 메나리토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5 632
67 답변글 나는, 사자가 아닌 유도화 잎사귀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590
66 답변글 동문서답일지라도...... 메나리토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624
65 시는 무엇으로 쓰여지는지...... 별빛꽃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4 683
64 답변글 시가 무엇으로 쓰여지다니요?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4 688
63 답변글 그럼 저도 시인이란 말입니까? 야호~ 별빛꽃 올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4 543
62 답변글 우리는 사자입니다!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5 664
61 답변글 우리는 사자입니다!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574
60 답변글 양보라니요? 제가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이도원 이름으로 검색 2001-07-08 640
59 답변글 금이정씨 글 잘 읽었습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613
58 답변글 금이정씨 글 잘 읽었습니다.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636
57 곳간열쇠와 바뀌게된 손자 박경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3 683
56 답변글 곳간열쇠와 바뀌게된 손자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3 608
55 (이응로 1,2,3 )을 읽고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7-02 603
54 박경화 시인의 <그대 떠나고>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1 911
» 권영호시인의 <홍수지다>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1 625
52 권영호님의 봄밤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4 575
51 제 비평에 대한 쓴 비평 달게 받겠습니다. 이도원 이름으로 검색 2001-06-01 607
50 답변글 제 비평에 대한 쓴 비평 달게 받겠습니다.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4 544
49 정정지님의 <동행>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1 554
48 답변글 정정지님의 <동행>을 읽고,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2 537
47 이도원씨의 답변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1 805
46 서경애라는 이름의 나무에게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30 511
45 이진흥님의 질문에 답합니다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28 589
44 서경애라는 이름의 나무에게...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5-28 523
43 답변글 서경애라는 이름의 나무에게...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30 543
42 이도원씨의 <저녁놀> 비평에 대한 대답과 질문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28 700
41 정정지님의 <화산>을 읽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25 483
40 답변글 정정지님의 <화산>을 읽고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30 527
39 이진흥님의 <저녁놀>을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22 643
38 역시 스케일 큰 김세현의 <미포의 달을 마시다> 읽고 이도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16 569
37 다시 읽어본 논문... 김홍숙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05 546
36 금이정씨의 힘일 겁니다 이도원 이름으로 검색 2001-04-27 554
35 고마우셔라 도원씨...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4-27 609
34 신진영씨의 대숲을 기다리며 금이정 이름으로 검색 2001-04-27 601
33 대숲! 그걸 먼저 품어버리다니... 신진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25 540
32 금이정님은 대숲에서 무서운 비밀 하나를알게되었다 이도원 이름으로 검색 2001-04-25 562
31 손희경씨의 <예감> 서경애 이름으로 검색 2001-04-23 497
30 김세현씨의 <가로수>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17 629
29 답변글 김세현씨의 <가로수>에 대하여,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18 897
28 서경애씨의 <낚시>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16 54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