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호님의 봄밤에 대하여, > 작품을 읽고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작품을 읽고

|
01-06-04 19:02

권영호님의 봄밤에 대하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권영호 시인께,
오랜만입니다. 권영호님의 시집<바람은 속도계가 없다>에서 전에 읽은 기억이 나지만 이번에 이곳 물빛 홈에 올리신 시를 다시 읽으니 새삼스럽습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감탄을 했던 구절들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봄밤1>과 <봄밤2>도 그런 구절들이 들어있는 시여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봄밤1>은 짧게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왕에 짧게 쓴다면 아주 욕심을 내서 제 1련으로 끝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도 나는 혼자 해 보았답니다. 1련에는 마치 일본의 <하이쿠>를 읽는 것 같은 짧고 강렬한 미감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해본 모양입니다. 그리고 보면 2련과 3련은 1련의 그 강렬성을 조금은 삭감시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것들(제2련, 3련)은 1련과는 의미상으로 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데다가, 인생론적인 회의(?)를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인듯 싶습니다. 2련과 3련 공히 독립적으로 읽으면 아주 좋습니다. 특히 3련의 <날마다 달은 기울어/ 온몸 무너져 내려도> 같은 구절은 매혹적입니다. 그런데 2련은 1련과 관련해 읽으니까 1련이 손해보는(?)듯한 느낌이 드는군요(물론 그것은 나의 편협한 시읽기 버릇입니다만).

그리고 마지막 련의 <어.찌.할.꺼.나>라는 구절에도 좀 더 지적인 통제를 가해서 1련에 걸맞는 표현, 예컨대 권시인께서 다른 작품에 쓰셨던 <아찔한 유혹>이나 <황홀한 절망> 같은 말(물론 여기서 이 말은 전혀 적당치 않습니다만, 예를 든다면 말입니다.)을 발견해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찌할꺼나>하고 시적 화자가 주저앉지 말고 더욱 긴장시켰다면 독자들이 주저앉았겠지요? 그렇습니다. 작자가 주저앉지 말고 독자가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게 했다면.....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어쨌거나 권영호 시인이 보여준 이 작품 <봄밤>은 그 강렬한 관능과 삶의 회의와 절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너지고 마는 우리 삶의 한계--- 그런 것이 주는 안타까움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특히 이 시의 제목인 <봄밤>이 환기하는 어둠과 생명에너지 그리고 기쁨과 안타까움이 짧은 몇 구절 속에 잘 녹아서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물빛 토론회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혼자 칩거해서 정말 놀랄만한 작품을 쓰고 계신 모양이지요?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8 김세현씨의 [상사화]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17 1362
57 김학원 선생님의 <집사람>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04 1239
56 정해영씨의 [그곳이 아프다]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5-16 1076
55 정해영씨의 <연인>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02-28 1059
54 강은소 시인의 <적멸궁에 앉아>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02-01 1528
53 김학원 선생님의 작품 <석양> 고쳐읽기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10-15 1031
52 김학원 선생님의 <낙조>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10-14 1270
51 신상조씨의 [안녕, 잘 가]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9-17 1290
50 정해영씨의 작품 <아이스 홍시>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7-01 1189
49 신상조씨의 작품 <침묵>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6-18 1223
48 신상조씨의 작품 <편지>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3-25 1006
47 신상조씨의 [눈바람]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2-18 1127
46 신명숙씨의 <산은 지금 올이 고르다>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2-09 1775
45 신상조씨의 <곰국을 고며>를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4-01-29 1346
44 김상연 시인의 <들여다본다>에 대하여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12-03 1485
43 이도원의 소설 [내 생의 자명종]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9-09 1266
42 정정지님의 시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9 939
41 이상(2商)님의 작품 [산과 노을]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2 908
40 은장도님의 [窓]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20 863
39 김학원 선생님의 [아침]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5-15 815
38 김세현의 [중독자]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3-02-08 852
37 이도원씨의 소설[자개장롱이 있는 집]을 읽고, 인기글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10-02 1057
36 김학원 선생님의 [숲에 들어간 이유]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04-08 646
35 [김학원 시]의 불가사의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04-01 569
34 답변글 선생님의 소설 <결혼>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03-18 591
33 유자란씨의 <이름씨>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03-07 822
32 정정지님의 <겨울 일기>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2-01-23 744
31 김세현 시인의 <립스틱이 지나간 자리>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10-27 692
30 박경화씨의 <반딧불이>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8-22 774
29 금이정씨의 <가시연>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8-20 699
28 답변글 금이정씨의 <가시연>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8-21 659
27 김세현씨의 <폭우>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30 659
26 금이정씨의 <매미>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18 599
25 김세현 시인의 <격포-달밤>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7 688
24 금이정씨의 <우리는 사자입니다!>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6 715
23 답변글 시가 무엇으로 쓰여지다니요?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4 685
22 박경화 시인의 <그대 떠나고>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1 910
21 권영호시인의 <홍수지다>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7-01 623
» 권영호님의 봄밤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4 574
19 답변글 제 비평에 대한 쓴 비평 달게 받겠습니다.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4 544
18 정정지님의 <동행>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1 553
17 이도원씨의 답변을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6-01 804
16 이도원씨의 <저녁놀> 비평에 대한 대답과 질문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5-28 700
15 김세현씨의 <가로수>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17 627
14 서경애씨의 <낚시>를 읽고,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16 545
13 신진영씨의 절창 <환절기>에 대하여 이진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1-04-12 508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