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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01 00:43

이도원씨의 답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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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원씨,
지난 번에 나의 질문(답글)에 대해 설명해 주신 것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미에 이도원씨는 다시 "나의 답변에 대한 재질문과 답변을 아울러 부탁드린다"고 써 놓은 것도 읽었습니다. 나의 본심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지난 번 이도원씨의 비평이나 나의 질문에 대한 답글을 읽으면서 말이 서로 빗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개적인 토론이 힘들겠다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부탁드린다>고 했으니 나의 생각의 일부를 쓰겠습니다.

이도원씨의 답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도원씨가 나의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첫 질문이 나오게 된 이도원씨의 비평과 나의 질문과 이도원씨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도원 비평: 간절한, 자기를 낮추는 겸양의 시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진흥 질문: <간절한, 자기를 낮추는 겸양의 시>는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떤 시인가요?
이도원 대답: 간절한 ,겸양을 드러내는 시는 바로 저녁놀이다. 그가 가고 숨 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리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으며 내 속에 굳건한 성채 하나를 둔다는 시어에서 난 시적화자의 간절함과 겸양을 보았다.

자, 이도원씨의 대답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저녁놀을 보기로 합시다.

벼랑 위로
새털 하나 날려버린다
골짜기엔 어둠이 내리고
부러진 날개 퍼덕이며
그는 갔다
숨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린다
고통을 드러내는 눈부신 살갗!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 속의
굳건한 성채 하나

이 시를 이도원씨는 <겸양의 시>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그가 가고 숨 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리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으며 내 속에 굳건한 성채 하나를 둔다는 시어에서 난 시적 화자의 간절함과 겸양을 보았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가고 숨 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리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으며 내 속에 굳건한 성채 하나를 둔다는 시어>에서 <겸양>을 보았다고 하면서 <저녁놀>은 겸양의 시이고, 그것은 독자를 <당혹>케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이도원씨의 대답은 나에게는 아주 황당하게 들립니다. <겸양>이란 무슨 뜻입니까? 이도원씨의 말처럼 <자기를 낮추는 것>이란 말이겠지요. 그런데 이 시를 다시 한번 읽어 보십시오. 혹시 선입견을 갖고 억지로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번 다시 읽어 보십시오. <그가 가고 숨 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리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으며 내 속에 굳건한 성채 하나를 둔다는 시어>에서 <겸양>이 보인단 말입니까? 혹시 홍길동이란 독자가 이도원씨와는 반대로 <오만함>이 보인다고 쓴다면 어떨는지요?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이도원씨의 앞의 문장을 패러디해서 겸양을 오만으로 고쳐 읽어 보겠습니다.
<지독한, 자기만 생각하는 오만의 시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기분 나쁘기 때문이다. 사실 기분 나쁠 건덕지도 없다. 그건 시인 개인의 품성일 따름이지, 모든 시인이 불경(나는 이 단어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작자가 질문을 이렇게 패러디해서 읽으면 어떨까요?)
질문 : <지독한, 자기만 생각하는 오만의 시>는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떤 시인가요?
대답 : 지독한, 자기만 생각하는 오만의 시는 바로 저녁놀 이다.
그가 가고 숨 죽인 매혹이 능선에 걸리고 어디로 사라졌을까 물으며 내 속에 굳건한 성채 하나를 둔다는 시어에서 난 시적화자의 지독한 오만을 보았다.

이렇게 쓴다면 -이도원씨의 어법을 흉내낸다면, 이도원씨가 말하는 <겸양의 시>는 갑자기 정반대로 <오만의 시>라고 써도 되지 않을까요?

나는 이도원씨가 시를 읽을 때 그 맛(미적 쾌미)은 전혀 도외시하고 단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도덕적(이 말은 <겸양>이라는 지독히 도덕적인 단어를 내걸고 얘기하고 있어서 써 보았습니다. )인 선입견의 잣대를 가지고 제멋대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답1>에서 이도원씨는 <겸양스러운 시>는 <저항할 수 없기 때문에 당혹스럽게 만든다>면서, 그 말은 <자신을 낮춰 한 대상을 경외감으로 보는 시가 읽는 독자로 하여금 거북함을 준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예를 <쉽게 말해 종교시의 경우 그렇다. 여기서 사라진 그는 신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지 의미상으로 보아 신 보다 더 굳건한 반석(성채) 위에 올라있지 않는가?>라고 들고 있습니다.

이도원씨! 이런 논리가 어디 있습니까? <여기서 사라진 그는 신을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지 의미상으로 보아 신 보다 더 굳건한 반석(성채) 위에 올라있지 않는가?>라구요? 독자가 읽기에 이 시의 <사라진 그>는 의미상으로 보아 신보다 더 굳건한 반석 위에 올라(?)있다고 합시다. 아니, 더 직설적으로 그가 신이었다고 합시다(사실을 그렇게 읽히지 않지만), 그러면 <종교시>와 같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이 시는 <당혹>스럽게 느껴진다는 말입니까?

이도원씨 비평의 서두를 다시 한번 읽어 봅시다.
<간절한, 자기를 낮추는 겸양의 시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저항할 건덕지도 없다. 그건 시인 개인의 품성일 따름이지 모든 시인이 불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시인이 자신을 낮춰 우러르는 대상에 대한 경외감(시적완성도에 성공했을 경우)이 따르든지 아니면 편치 않은 부담이 다가올 따름이다.>
지난 번 <질문>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이 문장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끝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사실 저항할 건덕지도 없다. 그건 시인 개인의 품성일 따름이지 모든 시인이 불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여기서 <불경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불경이란 말은 이도원씨의 해석을 따르면, <경의를 표현하지 않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불경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경의를 표현하지 않을 필요가 없다>가 되는데, 그게 앞 문장과 연결해 볼 때 의미상으로 맞는지요? <모든 시인이 불경할 필요가 없다>라니요? 그럼 이렇게 되네요. <.... 사실 저항할 건덕지도 없다. 그건 시인 개인의 품성일 따름이지 모든 시인이 경의를 표현하지 않을 필요가 없다.> ???? 이 문장은 이중부정어(않을, 없다)가 나오니까 결국 <모든 시인이 경의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되나요? 그렇다면 <겸양의 시>는 저항할 수 없어서 <독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데, 사실은 <모든 시인이 경의를 표현할 필요가 있>어서 <저항할 건덕지도 없>다는 문장으로 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무슨 말인지 쉽게 말해줄 수는 없습니까?

이도원씨는 내가 왜 서두의 몇 개 문장에 매달려 길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는가하고 짜증을 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로 이것은 이 토론의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도원씨 자신만의 비약적인 논리, 의미상으로 혼란을 줄 수 있는 불명료한 단어를 자기 멋대로 구사하는 점이 이 토론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 번에 했던 질문이지만, 이도원씨가 쓴 <한 대상을 경배하는 진혼의 배경>이라는 말 따위가 그런 예가 됩니다. <경배하는 진혼의 배경>이란 말이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진혼이란 죽은자의 넋을 가라앉힘의 뜻이고 경배란 존경하여 절함이라는 뜻일텐데, <경배하는 진혼>은 그렇다면 <존경하여 절하며 죽은자의 넋을 가라앉힘>인가요? 문자적으로 풀어보면 그렇군요. 그렇지만 웃기는 얘기입니다. 경배는 문자 그대로 존경하는 대상(sacredness나 hollyness)을 향해 쓰는 말이라면 진혼은 귀신(혼백)에게 쓰는 말(requiem)이 아닌가요? 알기 쉽게 말해서 경배의 대상에는 찬양 혹은 찬송가(hymn)나 찬미(praise)가 어울리지만 진혼에는 레퀴엠 (requiem)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praise로 requiem을 수식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렇게 볼 때 이도원씨는 비평에서 어떤 말(용어)을 자기 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자꾸만 이도원씨의 비평의 서두를 문제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만일 지난 번의 이도원씨 비평의 서두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그래서 나의 이해가 가능하지 못하면, 두 사람 사이의 토론은 공허한 헛소리가 되고 말 테니까 말입니다.

오늘은 주로 지난번 나의 일곱가지 질문에 대해서 이도원씨가 조목조목 대답한 <답변1>에 관한 나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답변2)만 가지고도 문제삼을 것이 무척 많지만 너무 지루해 지니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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