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시를, 한계상황에 선 인간의 실존을 폭풍 속의 나무를 통해서 형상화한 것이라고 읽었습니다. <바람>과 <흙탕물>은 현존재에 대한 위협이지요. 약한 나무에 대한 강한 폭풍의 폭력은 강력한 긴장감과 불안을 구축합니다. <뿌리 뽑히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나무>는 우리의 실존의 표상이지요. 지금 나무를 구원해 줄, 혹은 나무에게 희망이 되는 <햇살>은 <너무 먼 곳>에 있다는 인식이 현존재의 비극성을 선명하게 합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정정지 선생님의 시는 주제의식이 뚜렷해서 읽고 난 후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