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우셔라 도원씨, 이 사람을 울트라로 격상시키다니요.
'심연이든 공중이든 거칠 것 없는 시선'을 획득했다니요.
때로 오도가도 못할 무지에, 욕망에, 어리석음에 꽁꽁 묶여 있는 나를, 눈뜬 장님일 때가 허다한 나를, 확장되어 날아다닐 때보다 웅크리고 오므라져 있을 때가 더 많은 나를...너무하군요, 그렇게 높이 붕붕 띄워버리시다니...어떡허죠? 떨어질 땐 더 아플텐데...
도원씨답게 시원시원하게 재단해 주셔서 고마워요.
하지만 평소의 대화에서 자주 대립했듯이 꼭 그만큼 의견이 상반되게 생겼네요.
'사랑의 파괴' '사랑이라는 괴물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려고' '싸워서 이기지 않으면 죽음이므로'라고 보셨는데, 아닙니다. 나는 '사랑과 맞서 싸우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랑을 위해서 '사랑 아닌 것'들을 베어주고, 꺾어주고, 잘라주려는 것입니다. 왜 그런 것들이 사랑이 아니냐구요? 사랑은 그리 쉽게 소멸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라고, 서걱이고,휘청이고,굵어지고, 빽빽히 밀생하는 그것들은,사랑때문에 생긴 것들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지요. 그것은 사랑에 이르기 위한 도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것이라고 하고 싶군요. 살을 발라내는, 뼈를 잘라내는 아픔이겠지만 그것들을 견뎌내려고혹은 뛰어넘으려고 하는 '자기절제' 혹은 '초월의지'가 없다면 다만 일회적인 절정과 소멸로 이어지고 말 것 같거든요. 꽃 피우자 마자 죽어버리는 대나무처럼 말이지요.
도사 앞에서 요롱(방울)흔든다더니, 노련한 도원씨 앞에서 어설픈 '사랑론'을 펼친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평소 세상의 힘과 권력 그리고 투쟁에 유달리 민감하신 도원씨의 시각에서는 이 시를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세상이나 사랑을 인식하는 방법은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이런 다양성 때문에 세상은 생동하고, 진화하고, 살맛이 나는 것 같아요. 비록 도원씨 의견에 전적인 동의는 할 수 없지만, 도원씨의 개성있는 언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