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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27 10:35

신진영씨의 대숲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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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듯 쓰다듬는군요. 그 반어적 표현이 재치있고 신선합니다.
"그 적절함에 기가 꺾여 빼앗긴 분을 삭이고 있습니다"라는 말씀. 저절로 미소짓게 하는군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꽃 피기 전 베어 주는'것과 '고사하기전 잘라 주는'것의 갑작스런 변화가 심히 거슬린다고 하셨는데,그것은 대나무의 생물학적 특성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대나무들이 굵을 대로 굵어져 빽빽히 밀생하게 되면 베어내는 게 좋다고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대나무에 꽃이 피어 모조리 고사해 버린다고요. 그러니 대나무의 꽃은 죽음의 전령사인 셈이지요. 즉 대나무의 개화(절정)는 죽음(소멸)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꽃 피기 전'과 '고사하기 전'은 갑작스런 비약이 아니라 같은 맥락이었음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꽃이 피기 전에 베어버리면 뿌리는 그대로 살아남아, 이듬해 다시 어여쁜 순들이 돋아나온다지요.

또 하나, '우듬지'란 단어가 고민없이 헤프게 씌어진 게 아닌가 우려하셨는데, 그것 또한 벼과 식물인 대나무꽃의 특성상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꽃잎에 둘러싸인 화려한 꽃도 아니고, 잎과 잎 사이에 총총히 박힌 꽃이 아니라, 오직 그 밋밋한 대나무 몸통이 안간힘으로 밀어올린 꼭대기, 즉 우듬지에 겨우 희미한 꽃눈 몇 개 터뜨리니 말입니다. 비축해 두었던 영양분의 90%이상을 그 볼품없는 꽃눈 몇 개 터뜨리는 일에 소모되어 버린다니, 싱싱하던 대나무들이 일시에 누렇게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모양입디다. 참 특이한 나무인 것 같죠?

그러므로 이 시에서 베어주고,꺾어주고,잘라주는 행위는 모두 같은 맥락이며, 죽음과 소멸의 언어가 아니라 결국 이것은 살림과 사랑의 언어입니다.
죽어야 산다면, 버려야 얻는다면 그리하여 생명도 사랑도 소멸을 유보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들이 이 시를 쓰게 했습니다.

'환절기'의 신선하고 펄떡거리는 언어로 보아 신진영씨의 대숲은 지금 한창 절절,울울할 것 같습니다. 절치부심하지 않더라도 자금 당장 짜짠--,하면서 펼쳐 보일 수 있을텐데...
기대하겠습니다. 당신의 서늘하고 무성한 대숲으로 우리를 초대할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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