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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씨의 <가로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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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김세현 시인의 시를 찬양하려 합니다. 몇 년 동안 우리들의 <물빛 토론회>에서 나는 김세현 시인의 작품을 별로 좋게 말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그의 시를 헐뜯고 부수고 폄하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나는 그의 <가로수>를 읽고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로수에서 아름다움과 시원한 휴식과 위안을 얻습니다. 그것(가로수)은 결국 우리들에게 <도구적 존재>, 즉 우리를 위한 사물(Ding fur uns)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인간은 오만하게도 인간 이외의 모든 사물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로 보아 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대면하고 있는 공해문제나 환경파괴의 문제는 바로 인간의 그러한 오만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들이 예컨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일은 우리가 모든 사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하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바실라르의 말처럼 장미꽃 뿌리를 파이프(담뱃대)로 보아 왔습니다. 우리는 나무를 나무로 보지 않고 목재로 보아왔으며 대지를 부동산으로 보아왔던 것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우리의 전도된 혹은 이기적인 시선을 거두고 사물의 본래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지요. 나무를 나무로 보고 장미꽃 뿌리를 장미꽃 뿌리로 보며 대지를 부동산이 아닌 대지로 보는 사람, 그가 시인입니다.

오늘 김세현 시인은 우리들의 습관적인 사물 보기를 거부하고 가로수를 <우리를 위한 사물 -도구적 존재>가 아니라 사물 그 자체로 바라봅니다. 가로수는 도시 미관에 봉사하고 도시인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도구이기 전에 그 자체로서 살아있는 나무(생명)인데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고 지냅니다. 예컨대 우리는 매일 고깃국을 먹으면서 소는 소가 아니라 쇠고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지요. 소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끔찍하게 잔인한 동물이겠습니까?

이 시의 1련은 그러한 인간을 아주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는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고 스스로가 끔찍스럽게 느껴집니다. <무거운 하늘 머리에 이고 온갖 먼지 매연 마시며 인간들이 싸우고 욕하는 소리 들어야 하는 것>이 가로수의 숙명이라는 것이지요. 그 뿐입니까? <담뱃불 눌러 꺼도, 칼로 껍질을 벗겨도, 비명 한 번 지를 수 없>고, <시멘트에 붙박혀 버린 발, 몸 한번 움직일 수 없는 열린 감옥에 갇힌> 그러한 존재임을 우리는 잊고 모든 것을 우리의 욕구의 대상, 우리를 위한 수단으로 보면서 행패를 부려온 것이 아닙니까? <몸 한 번 움직일 수 없는 열린 감옥에 갇힌>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나 김세현 시인의 시인적인 역량은 2련에서 발휘되지요. 2련은 아름답고고 끔찍합니다. <가끔 노을에 끓고 있는 전생의 기억들, 흔들릴 때마다 온몸에 버짐 무늬로 번지던 피부병 같은 사랑> 특히 <전기톱에 잘려 토르소가 된 몸으로 길거리에 서 있어야 하는 업보>를 존재, 그것을 형상화한 가로수는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 자신의 생의 근원적인 비극의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이 시는 가로수에 대한 변론이 아니라 그것으로 은유된 우리들 인간의 비극적인 모습을 드러내 보이는 노래이지요. 시적 자아로 환치되는 가로수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온갖 박해가 결국은 자신의 업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업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직도 더 큰 고통과 아픔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시인은 <가장 낮은 바닥의 눈물을 핥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드리워 주는 것으로 속죄의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서 <가로수(혹은 인간의 비극적인 숙명)>의 고통을 커다란 긍정으로 감싸 안습니다. 여기에 이 시의 대단함이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시인이 비극적인 상황을 초극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을 포용하는 자세에 큰 감동을 받게 됩니다.

오늘 김세현 시인의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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