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연이 설명적이고 중첩된 이미지라는 말씀 동감입니다. 원래는 첫연이
없었던 것을 강조적 이미지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중복되게 써 보았는데 역시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남자의 침묵에 귀가 멀었다"는 오랜 침묵 때문에 쓸모 없어져 퇴화해 버린 귀. 너무 오래되어 기다림에 지쳐 생기를 잃고 말라 부스러져 조각나버린 내귀를 말하는 것인데 지나친 논리의 비약인지요?
고맙습니다. 좀 더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오즈
> 이진흥 님이 쓰신 글입니다.
>
> 1) 짧고 아주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 <조각난 언어들이 컹컹대며 세상을 떠돌아 다닌다>는 <메아리>의 울림이 선명하기 때문이지요. 이 시에서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 바로 <컹컹>이라는 의성어라고 생각됩니다. 의성어는 언어의 관념화를 방지하고 원시적이고 직설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
> 2) 제1련과 2련은 중첩됩니다. 오즈씨도 망설였다고 하셨는데 역시 하나는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1련은 2련에 대한 설명 밖에 안되기 때문이지요. 저라면 1련을 삭제하겠습니다.
>
> 3) <그 남자의 침묵에 내 귀가 멀었다>는 발상은 강렬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해 보입니다. <침묵> 때문에 <귀가 먹>는 먼다는 것은 글쎄요...., 오히려 아주 요란한 소리(예컨대 천둥소리 따위)에 귀가 먼다는 것은 자연스러운데 <침묵>이 주는 적막함에는 오히려 귀가 더 예민해 지는게 아닐까요?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 생각하면 <침묵>에도 귀가 먹을 수 있다는 게 시의 세계이기도 하네요.
>
> 4) 3련의 <떨어져 나간 귀>는 누구의 귀일까요? 2련에서는 <내 귀>가 나오는데 <컹컹 짖>는 이는 <나>이므로 나 자신의 귀가 떨어져 나갔다면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그 남자의 귀>로 본다면 제 5련의 <조각난 언어들>과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조각난 언어들>은 4련의 <메아리>이고 그것은 다름 아니라 <떨어져 나간 귀>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귀먹은 귀>와 <떨어져 나간 귀>의 관계가 좀 혼란을 줍니다.
>
> 5) 몇가지 구질구질한 말씀을 드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좋은 시라고 생각됩니다. 만일 앞에서 말씀드린 논리적인 허점(3항과 4항의)이 보완된다면 이 시는 아주 좋은 시가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흔히들 시는 논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시는 논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감동을 주려면 논리적인 허점이 노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