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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선생님의 <낙조>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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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
김학원

감옥처럼 불안한 나날
저녁낙조 이토록 아름답다
바다 쪽으로 난 길가로
파도소리 신선하게 들려온다
오래전엔 그 소리로 잠을 깨고
파도소리로 종일 꿈을 꾸었다
거기 갈매기 한 마리
푸르고 아득한 허공을 날다 사라진 자리에
저녁낙조 아름답게 꽃핀 날엔
나는 집들 벽에 파도를 그렸다
저녁낙조를 그렸다
감옥처럼 불안한 심사도
목매고 싶은 일도 뒤로 미루며
아름다움에 울었다
마당엔 바람도 없이 떨어진
나뭇잎 하나

--------------------------

김학원 선생님의 작품 [낙조]를 읽었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감동은 당연히 작자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진실 때문입니다. 작품의 제목이 하필 [낙조]이기 때문일까요? 추측컨대 이 작품은 꾸밈없는 작자의 내면풍경 그대로인 듯합니다.
낙조는 태양이 그의 하루를 마치고 이제 서서히 서산으로 기울면서 마지막의 열정을 쏟아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스러져가면서 발하는 장엄한 아름다움에 우리는 압도됩니다. 작자는 아마도 그 낙조의 시간이 자신의 인생의 시간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노년의 하루하루는 불안합니다. 서서히 가라앉는 태양처럼 밝고 활기차던 육신과 정신이 알 수 없는 어둠의 골짜기로 내려가는 듯하지요. 바로 <감옥처럼 불안한 나날>이 작자의 심경일 것입니다. 감옥이 마음대로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의 공간이듯 이제 늙어 병든 육신은 정신을 속박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속박 속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오히려 눈물겨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 때 문득 잊고 있었던 어떤 소리(파도소리)가 들려오는 것입니다. 그 소리는 생명의 맥박처럼 신선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 소리에 잠을 깨고 알 수 없는 동경을 실려 보내기도 했습니다. 무한히 공간을 확장시켜주는 바다의 아득한 수평선은 생의 자유와 해방, 꿈과 동경이 닿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으로 날아가는 갈매기는 시적 자아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감옥처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화자에게 낙조는 오히려 더 눈물겹게 아름답고, 그 낙조가 연상시키는 바다와 파도는 더 간절합니다. 지금 바라보는 낙조는 언젠가 <갈매기 한 마리/ 푸르고 아득한 허공을 날다 사라진 자리>에 아름답게 피어난 불꽃입니다. 그것을 바라보며 작자는 목이 메여옴을 느낍니다. 알 수 없는 불안도, 어찌할 수 없는 절망도 낙조의 시/공간 속에서는 뒤로 밀려나고 지금 가장 진실한 것은 몸 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울음뿐입니다.
지금 바로 여기! 라는 시간과 공간, 세계가 축소된 공간으로서의 시인의 마당에 지금 바람도 없이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낙조의 시간, 시인의 마당이라는 공간 속으로 바람도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그것을 통해서 작자는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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