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원 선생님의 [아침]을 읽고, > 작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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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선생님의 [아침]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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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속삭임에서 딴죽씨가 몰아세우는 바람에, 김학원 선생님의 좋은 작품 [아침]을 깊이 읽지 못하고 인상비평을 합니다. 다음 토론 때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아침

저수지로 나온 새벽입니다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수면에 던집니다.
찌만 수면을 오르내리고 사방은 고요합니다.
그래요, 고요 속에 드러난 외로운 것들이
수면을 차고 뛰어오릅니다.
지나간 아픔은 소낙비로 내립니다.
찌가 물속 깊이 박힙니다.
순간, 낚시에 걸려 몸을 틀며 올라온
잉어의 비늘에서 아침햇살이 번쩍입니다.
비늘하나, 만어사 만어를 부릅니다.
새들은 공중 높이 날아오릅니다.
비와 구름이 번개를 불러도
하늘 높이 자란 삼나무 잎에도
아침은 그렇게 열립니다.


아침은 밤의 어둠으로부터 낮의 밝음으로 나아가는 새벽의 터널을 지나 눈부시게 다가오는 아폴로의 눈빛 같은 시간입니다. 밤이 디오니소스의 도취와 혼돈의 시간이라면 낮은 아폴로적 질서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아침은 바로 그 아폴로의 눈빛과 같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구름바다 선생님이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많은 작품 가운데에서 佳作 중의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과거에 즐겨 쓰셨던 지나치게 많은 이미지 중첩현상들이 가셔지면서 안정되고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구절씩 세부적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1행은 <새벽>이 좀 제한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냥 <새벽, 저수지에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어떨는지요?

[제2행]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수면에 던집니다"에서, 수면에 던지는 것은 낚시인가요? 낚싯대인가요? 던지는 것은 낚시이고 낚싯대는 드리우는 것이라고들 하지요? 늘 정확한 표현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는지요? 그러나 낚싯대가 화자의 마음이라면 이 구절은 <마음을 던진다>는 뜻으로 쓸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낚싯대는 시인의 마음이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지요.

[제3,4,5행]은 앞으로 잉어로 드러날 이 시의 에센스를 위해서 그 배경과 장치로 아주 좋아 보입니다. <고요 속에 드러난 외로운 것들이/ 수면을 차고 뛰어오>르다니..... 정말 佳句라고 생각됩니다.

[제6행]은 생략하고 싶습니다. 소낙비는 심리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제 9행의 놀라운 이미지 <잉어의 비늘에서 아침햇살이 번쩍>이는 것에 리얼리티가 적어지지요. 그러니 지나간 아픔이 <소낙비>로 내리는 것은 이해는 되지만 이미지 전개상 방해가 되는 듯 합니다 .


[7,8,9행]... 정말 이 구절은 이 시를 번쩍이게 하는 佳句라고 생각됩니다. 7행의 <찌가 물 속 깊이 박>히면서 긴장을 구축하고, 곧 잉어 한 마리가 걸려 나옵니다. 이 때 잉어 한 마리는 단순한 물고기 중의 한 마리가 아니라, 좀 깊이있게 말하면, 지구의 일부, 역사의 일부, 우주의 일부 혹은 생명세계의 한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점을 조금 더 드러날 수 있게 했다면 정말 근사했을 것 같습니다.

[제10행]의 <비늘 하나>를 저는 <번쩍이는 비늘들이>로 고치고 싶습니다. 만어산 만어를 부른다는 것은 이 아침의 한 마리 낚시에 걸린 잉어가 현재를 넘어서서 신화의 시공 속으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여기서 그치지 말고 만어산 만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의 유추가 한 두 구절 더 나온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행에 나오는 <새들>과 <비와 구름> 그리고 <번개> 같은 사물들이 복잡하게 동원될 필요가 없겠지요. 잉어(물 속의 숨겨져 있던 우주 혹은 신화)가 물 밖으로 나와서 햇살의 비늘을 반사하여 번쩍임으로써 세계의 아침을 깨우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지막 구절의 아침에 대한 설명적인 서술은 이 시를 안정시켜주면서도 동시에 조금 불만스럽기도 합니다. 좋은 작품을 더 깊이있게 말씀드리지 못한 점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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