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배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작자의 유려한 과거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우선 신선해 보입니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자에 대한 설득력은 아마도 거의 관형사를 쓰지 않고 단순하고 확실하게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 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작자는 <배경>이라는 낱말이 가진 중의성을 절묘하게 섞어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캔버스에 그려지는 <형상>과 <배경> 중에서 정작 힘써 나타내야 할 <형상>은 망각하고 그것을 위한 <배경>에 집착하고 있는 이 <성공한 화가>는 결국 우리들 세속적 인간의 보편적인 얼굴이지요.
세상을 살면서 삶의 진실보다 사회적인 <배경>에 힘쓰고 있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비춰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합니다.
본질(형상)보다 껍질(배경)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가 스스로 그 껍질(배경)에 휩싸여 압사 당하는 <속물>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하이데거는 <일상인(das Man)>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러한 우리들 <일상인:속물>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테마는 문학 작품 속에 아주 자주 나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새롭지 않은 테마를 진부하지 않게,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드러낸 작자의 역량이 돋보입니다.
꼭 한가지 나에게는 마지막 행 <그는 성공한 마술사였다>라는 것이 매우 거슬립니다. 한마디로 사족이 아닌지요? 이 작품이 나의 것이라면 그 행은 삭제해 버리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