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청암사 눈꽃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받은 감동을 저는 아직 한 글자도 표현하지 못했는데 남선생님은 아주 깔끔하게 시로 정리하셨네요.
1) <울지마라>라는 첫련 첫구절의 명령어가 이 시에 아주 강력한 어떤 힘과 긴장을 주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숨을 죽이고 기대를 하며 시 속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1련은 얼핏 <김광균> 시인의 어조를 연상시킵니다. 어딘가 닮아 있는 것 같아서 그 강렬하고 좋은 느낌에도 불구하고 조금 망설이게 됩니다.
2) <허공 중에서/ 갈 바를 몰라 서성이>는 모습은 우리들의 실존의 모습입니다. 흩날리는 <눈>에서 우리들 자신의 불안과 망설임을 읽어내는 작자의 눈이 예리해 보입니다.
3)<산문에 기댄/ 검은 머리 방울새/ 만삭의 배를 안고/......./ 돌아갈 자리를 묻는다>도 그 상징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그 <방울새>가 <산문에 기대> 있는 모습은 상상이 잘 안됩니다. 그 작은 <새>가 커다란 <산문> <기대어> 있는 포즈를 상상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지요.
4) 마지막 구절이 너무 서둘러서 마무리를 한 것 같아 어딘가 미진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전에 읽었던 남금희씨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느낌이 좋습니다.
오늘 아침 좋은 시 읽어서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