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매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요 며칠, 마조히즘의 절정을 맛보았었는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차례 고통스러운 즐거움이 다가왔군요.
우선, <폭설>을 읽고 감동을 느꼈다는 다른 사람을 보호해야겠습니다.
리얼리티는 작가에게만 부여된 게 아니라 독자에게도 부여된 선물같은 것임을. 작가나 독자나 준비된 경험된 내장된 리얼리티가 있어야 교감이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두번째, 진실을 말하기가 어려웠냐고 물었지요?
그 대답은 부메랑이 되어 굳센난초님께 돌려 드립니다. 이건 제게 가장 기분 나쁜 말로 들립니다. 비판이 아니라 반감으로 느껴집니다. 진실을 설명하라니요? 결국 저에게도 이런 애정어린 말을 수용하는 여유가 - 앞의 <리얼리티>의 예처럼- 준비되어 있지 않군요.
적확한 표현에 대한 지적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전 아직도 정확한 것 보다 감정적인 것에 먼저 유혹당하고 무책임하게 빠집니다. 이것은 반성하고 시정해 나갈 겁니다.
굳센난초님,
전 아직도 제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파적으로 기댑니다. 달콤해서이기도 하지만 이게 소설을 쓰게 만듭니다. 소설을 보는 시각은 모두 다릅니다. 그 다양한 시각 중 일치되는 타인을 만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이게 저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장점이 되기도 함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보편성 보다는 특이함, 특별함에 기댈 겁니다.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