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었다. 문장, 착상, 주제의식 모두 마음에 와 닿는다. 다만, 저 보리사 석불의 위대한 미소에 천사같은 아들의 모습을 녹여서 오버랩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디테일한 묘사에서는 좀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보리사 석불의 묘사가 시작되면서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제각각의 악기들의 소리가 하나로 이뤄내는 저 장엄한 하모니를 보여줄 것만 같아 긴장하며 읽었다. 그것은 암에 걸린 여자와 무당인 시어머니와 화자의 삶의 끈인 남편이 한꺼번에, 기적처럼 그러나 충분히 자연스럽게, 그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게 할 만한 소설적인 정황을 구축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석불의 장엄(혹은 소설적인 힘)이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고 만 듯하다. 이 착상과 주제의식은 이도원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도원은 주목할 만한 작가가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너무 잡다한 일에 쫓기느라고 이 소설에 대한 자세하고 긴 비평을 쓰지 못해 유감이지만, 오는 물빛모임에서 이 작품에 관하여 작자와 토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