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도원씨의 소설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짧고 명료한 문장과 건조하면서도 냉정한 작가의 눈, 섬세한 묘사를 하면서도 사소성에 떨어지지 않는 균형감 혹은 산문적 태도, 이런 점들이 이도원씨가 장차 좋은 소설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도원씨는 현재에도 훌륭한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만....
2) <나는 변기를 닦을 때마다 알라딘이 거인을 부르듯 주문을 외었다.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줘. 제발. 이국의 사막 위를 걷게 해 줘. 이국의 높은 산을 오르게 해 줘.>라면서 자신의 일상(혹은 자기자신)의 탈출을 바라는 주인공(나), <거구의 몸으로 종일 아파트 안을 걷거나 앉거나 누울 여자, 낮엔 찬 밥 한 그릇 물에 말아 허기를 때우는 여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말을 걸다가 무안을 당하는 여자, 밤늦게 들어온 술 취한 남편의 양말을 벗기는 여자, 그런 여자일 지도 모른다.>는 <나>를 이 <집>은 끊임없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 집은 <전 주인을 다시 부르는 듯 했고 우리 가족을 향해 돌아오지 않는 전 주인을 대신하여 복수를 해대는 것 같>은 것으로, 그것은 자아와 세계가 대립하는 비극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계>는 <자아>에게 적의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진술은 황폐해져 가는 우리 현대인의 자화상을 건조하면서도 매우 리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문장이나 정황의 묘사는 매우 리얼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관념적인 느낌이 드니 말입니다. 마치 어떤 영화적인 마을(?)에 다녀온 듯 하군요. 그것은 예컨대 소설 끝에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 세계와 단절되는 <자개장롱>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소설의 중요한 상징이 되는,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장롱 안에서 <이제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주인공의 심정이 소설적(?)으로는 그대로 읽혀지면서도 독자에게는 매우 작위적으로 느껴지는게 아닐까요?
3) 소설을 읽으면서 드문드문 어색한 단어나 구절이 눈에 거슬렸습니다. 그런 부분은 검은 고딕체로 바꾸어 놓고 붉은 고딕글씨로 고쳐보았습니다. 그리고 푸른색 글씨부분은 저의 의견인데 작품에 손 댄(?) 것을 이도원씨의 이메일에 첨부파일로 보냈으니 열어 보십시오.